21일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단일화 재협상에서 막판에 협상 결렬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통합21측이 제기한 여론조사 결과 '무효화 조항'이었다. 통합21측은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역선택을 막을 안전장치를 마련, 이 안전장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조항을 둘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민주당측은 이날 밤 긴급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 등을 통해 "후보 단일화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조건을 두자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며 강력히 성토, 협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통합21측이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을 주장하다가 돌연 1개 여론조사기관만을 선정, 한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한 것도 협상 타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한 차례의 여론조사가 안전장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무효화한다면 그 순간 바로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통합21측의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면서 안전장치 기준을 완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나 통합21측도 배수진을 치고 있어 22일 재개되는 협상이 진전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안전장치와 관련, 통합21측은 우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결과 35∼4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32%이하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역선택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21측은 또 여론조사 응답자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해 응답자의 일정 비율을 대상으로 응답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안전장치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 대상이 될 응답자의 비율과 관련해선 전체 응답자의 5% 정도면 된다는 얘기도 있으나 2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 나왔다.
문제의 핵심은 응답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그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응답의 일관성이 없을 때 여론조사 결과 전체를 폐기한다면 역시 단일화가 무산되는 사태를 초래한다. 민주당측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안전장치 설치 문제는 통합21 정 후보가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측은 이처럼 통합21측이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21측은 오히려 민주당측이 모든 실무적 합의를 해 놓고도 최종적인 재가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 양측이 결렬까지 각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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