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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제 발 저린 美軍의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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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제 발 저린 美軍의 친절

입력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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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기소된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병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영내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 미군의 사법체계 안내를 위해 사흘째 이곳에 배치돼있던 미군소속 한 군법전문가가 유난히 자상하게 코멘트를 하자 폐쇄회로 TV로 재판을 지켜보던 한국기자들 사이에 "왜 오늘따라 미군측이 이리 친절하지"라는 수근거림이 새 나왔다.그는 기자들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배심원 만장일치제인 민간재판과 달리 군사재판은 3분의 2이상의 동의로 평결을 내리기 때문에 대부분 유죄평결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국 기자들에게 재판 과정을 오늘 처음 공개한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아리송한 말도 덧붙였다.

오후 2시. 군법전문가의 전망과는 달리 무죄 평결이 나온 직후 찰스 캠블 미8군 사령관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해 또 한번 기자들을 놀라게했다. 재판결과에 대한 미군측의 공식 반응을 취재해야할 절박한 상황에 미군 사령관이라는 일급 취재원이 제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들의 반색은 순간에 불과했다. 미8군 공보실장은 회견 전 "사령관은 재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재판 관련 질문은 일체 삼가해달라"고 요구했다. 캠블 사령관은 "30년간 미국 군사법 체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번 재판은 공정했다"고 주장하고 "한국 언론이 이번 재판의 정확성·공정성·투명성을 객관적으로 전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송고를 위해 부대정문을 나서는 순간 '왜 오늘 미군측이 예상밖의 호의를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혹시 무죄평결을 예상하고 상황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미리 취한 조치는 아니었을까? 내외신이 주시하는 민감한 이날 재판에 미군측이 성의있게 대처한 것은 높이 살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간 거듭된 취재협조요청에도 모르쇠로 일관해오던 미군측의 고압적 자세에 익숙해 있던 기자에게 이날 태도는 아무래도 선의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준택 사회부 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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