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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DAUM 온라인 우표제

입력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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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 때문에 다음이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2001년 2월 중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 사무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재웅(34) 사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그는 "내가 받아보는 하루 200여통의 이메일 중 절반 가량인 100여통이 스팸메일"이라며 메일을 대량으로 보내는 사람에게 비용을 물리더라도 스팸메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당시 3,4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인 다음은 95년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었다.

스팸메일의 창궐로 다음의 중앙 서버에 하루 평균 7,000만통에 달하는 메일이 쏟아져 들어와 서버가 다운 직전이었다.

두 달 간격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서버와 회선을 증설해도 스팸메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서버를 증설한 효과가 2∼3일을 넘기지 못했다. 급기야는 이메일 도달율이 80%대까지 떨어졌고, 도달율의 하강에 비례해 가입자들의 원성은 높아져 갔다.

'돈을 받더라도 스팸메일을 줄이라'는 이 사장의 말 한마디만을 갖고 사장 직속의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졌다. 태스크포스 팀장에는 'CEO 스태프'라는 생소한 직함을 갖고 있던 김경화(32)씨가 임명됐다.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인 김씨는 94년 한국일보사에 입사했으나, 이후 휴렛팩커드, 네이버 등 IT업계에서만 승진을 거듭하며 다섯번이나 회사를 옮길 정도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이다.

태스크포스 출범 초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다음의 공익기능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이메일 중에서도 광고성 메일에만 돈을 받도록 하는 것에는 쉽게 결론이 내려졌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도대체 누가 광고성 메일과 정보성 메일을 구분할 것인가"라는 데에 아무도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경화씨는 "한 달 만에 '역발상(逆發想)'의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메일의 '광고성' 여부를 다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메일 수신자가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었다.

요금을 '후불제'로 바꾸고 70% 이상의 이메일 수신자가 '정보성'이라고 응답하면 이메일 발송건수가 1,000통을 넘더라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9개월 간의 준비작업 끝에 11월 '2002년 4월부터 다음은 '온라인우표제'를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다시 시련이 시작됐다. '무료'였던 메일 서비스가 '유료화'된다고 하자 그동안 무료로 이메일을 발송했던 업체들과 네티즌들의 반발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됐다. '우표제'라는 이름 때문에 메일을 보내면 누구나 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네티즌들이 오해했던 것이다. 김씨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내부에서는 다음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우표제'를 포기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재웅 사장이 뚝심으로 밀어부쳐 예정대로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이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으로 시도한 '온라인우표제'는 시행 7개월만에 다음을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킨 일등 공신으로 변했다. 하루 메일 수신량이 2001년 2월의 3분의 1 수준인 2,500만통으로 줄었고, 80%까지 떨어졌던 메일 도달률은 99% 이상으로 정상화됐다.

특히 서버·회선 등 설비 투자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 앞으로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1년 매출 909억원을 올리고도 267억원 적자를 냈던 다음은 올해 들어서는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481억원, 순이익은 18억원에 달하고 있다.

김경화씨는 "다음이 흑자를 낸 것 보다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이메일에 요금을 부과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온라인우표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공로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로버트 크라우트 교수의 초청을 받아 관련 분야 국제 학술회의인 'CSCW 2002 (Computer Supported Cooperative Work)'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온라인우표제란

하루에 1,000통 이상의 이메일을 한메일 서버로 보내는 사업자를 실명 등록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제도. 건당 요금은 메일을 받아본 수신자들이 정하는 상업성 정도에 달라진다. 75% 이상의 네티즌이 '상업성'으로 평가하면 건당 10원, 상업성 비율이 50∼75%면 7.5원, 30∼50%면 5원, 0∼30%면 무료다. 따라서 광고성 메일이라도 네티즌들이 유용하다고 평가하면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여행 사이트인 '투어익스프레스' 같은 업체는 시범 서비스 기간 '상업성'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이메일의 디자인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해 '정보성' 메일이라는 평가를 받아 무료로 메일을 보내고 있다.

15일 현재 다음을 통해 발송되는 메일 중 90% 이상이 '정보성'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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