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간식으로, 와인의 '찰떡 안주'로 요즘 우리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치즈다. 젖소 염소 양 등 가축의 젖을 숙성·발효시킨 저장식품 치즈는 완성된 양이 원료의 10분의 1로 농축된 영양덩어리이다. 치즈는 칼슘 미네랄 비타민과 단백질이 높은데다 소화흡수가 빠르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운동선수나 발레리나들이 특히 선호한다.
치즈의 미묘한 맛은 와인의 떫은 맛과 잘 어울린다. 냄새가 고약해 기피대상이기도 한 블루치즈 한 조각을 혀 위에 올려놓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와인과 치즈의 향이 어우러져 입안을 가득 채운다. 치즈가 미식가의 음식으로 꼽히는 이유에는 짠 맛, 신 맛, 고소한 맛, 콤콤한 맛 등 다양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연한 맛의 카망베르나 부리, 신선한 맛의 체다, 자극적이고 짠 맛의 페타치즈 등 기호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슈퍼에서 파는 슬라이스 치즈나 피자용 치즈가 고작이었던 국내에도 최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여러가지 치즈가 소개되고 있다.
치즈전문수입업체 F& B구르메 서재용상무는 "초보자라면 맛과 향이 약한 크림치즈에서 점차 개성적인 맛을 지닌 치즈 순으로 맛을 섭렵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치즈는 굳기에 따라 하드치즈와 소프트치즈로 나뉜다. 하드치즈의 대표적인 것은 파머산, 그뤼에르, 에멘탈, 소프트치즈로는 카망베르, 부리 등이 있다. 소프트치즈 중에는 숟가락으로 떠 먹을 정도로 부드러운 것도 있으며 블루 모짜렐라 고르골졸라 등은 중간정도의 굳기에 속한다.
전세계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파머산은 숙성정도에 따라 두텁고 단단한 표면이 아이보리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 퐁듀요리에 주로 쓰이는 에멘탈은 '치즈의 눈'이라 불리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스위스 치즈로 콤콤하고 약하게 쏘는 맛이 난다. 염소젖으로 만든 모차렐라는 주로 피자를 만들 때 사용돼 피자치즈라고도 불린다. 부드럽지만 탄력이 있어 쫄깃하다. 열에 녹였을 때 더욱 쫀득쫀득한 맛이 난다.
카망베르도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 겉은 흰색 곰팡이로 뒤덮여 있으며 노란색의 속은 맛이 부드러워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붉은색 왁스에 싸여있는 에담은 네덜란드 치즈. 3∼18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친 것으로 숙성기간이 길수록 강한 맛을 낸다. 푸른 곰팡이균을 배양해 만든 블루치즈는 처음 먹는 사람은 코를 막을 정도이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있는 치즈이다.
치즈와 와인은 서로의 맛과 향을 살려주는 동반자다. 어떤 치즈와 와인이 어울리는 지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궁합은 있다. 서재용상무는 "강한 맛의 치즈는 강한 맛의 와인과, 가벼운 치즈는 약한 와인과 어울린다. 치즈의 맛은 만들어진 지역의 풍토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프랑스치즈는 프랑스와인과, 이탈리아치즈는 이탈리아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치즈는 응용하기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치즈는 얇게 저며 빵에 올려먹으면 좋다. 이때 먹는 빵은 바게트나 호밀빵 등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종류가 좋다. 에멘탈 고다 등 하드치즈를 빵 위에 올려놓고 오븐에서 3∼5분 정도 돌려주면 끈적하게 흘려내려 색다른 맛을 낸다. 샐러드의 재료로도 좋다. 페다치즈 모짜렐라치즈 등을 얇게 저민 토마토와 함께 올리브오일 와인식초에 버무려 먹으면 맛있다. 치즈를 이용한 카나페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에멘탈 치즈에 햄, 호두 등을 얹어 만든 카나페는 간식이나 안주용으로 좋다. 담백한 맛의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올리브, 살라미 햄이나 견과류를 얹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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