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 급행버스 도입, 중앙버스차로제 설치, 간선-지선버스체계 도입…. 서울시는 20일 구체적인 일정을 담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교통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시간에, 유관기관과의 협의 없이 추진된 이 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또 무리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일고 있다.▶광역급행버스 효과 있을까
서울시가 광역 급행·일반버스를 도입,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의 출퇴근길 교통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권 주민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정작 이 버스를 이용하려면 탑승지점까지 이동해야 하는 데 주민들이 2,3번씩 갈아타는 수고를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윤상일(43)씨는 "집 앞에서 버스 한번이면 회사까지 가는데 앞으로는 2,3번 갈아타게 생겼다"며 "시간이 단축된다고 하지만 갈아타는 시간은 왜 생각을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은 시내 간선-지선버스체계에도 똑같이 적용돼 일반버스의 주 고객인 학생, 노약자 층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수철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급행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예를 들어 일산 출발 버스가 신촌, 광화문만 가지 말고 강남, 영등포 등지로도 갈 수 있도록 노선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 가능한가
시는 교통혼잡이 극심한 동북부지역에 버스우선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후 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4월 도봉로―미아로―도심축에 중앙버스차로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 여건상 중앙버스차로제를 이 구간에 만들기란 쉽지않다. 중앙버스차로제는 도로 중간에 승강장 등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일반 차로 3,4개 공간이 필요하지만 미아로(미아사거리―성신여대입구)는 왕복6차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중앙차로제가 설치되면 미아로 현대백화점 앞은 버스차로 외에 일반차로는 1,2개만 허용돼 승용차 이용객들은 더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특히 바로 옆 길음뉴타운의 입주가 본격화되면 가뜩이나 교통지옥의 오명을 쓰고 있는 미아사거리 일대는 주차장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사전 협의조차 없어
서울시 광역교통체계를 개편하려면 경찰과 인근 시도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데 사전에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여지껏 한번도 협의하자는 말이 없다가 20일 통보 받아 검토를 시작했다"며 "교통영향평가에 시민공청회 등도 거쳐야 하는데 무슨 수로 일정을 맞추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급행버스도 시의 공식 발표 후에야 경기도에 협의 요청을 해 빈축을 사고있다.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박석득 기획차장는 "시가 어려운 회사재정을 흑자로 전환시켜줄 테니 계획대로 무조건 따라오라고만 할뿐 사전조율이나 협의는 일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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