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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니다코 - 독특한 정신세계… 소년의 이색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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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니다코 - 독특한 정신세계… 소년의 이색체험

입력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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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 언제나 무엇을 깨뜨린다. 그래서 위험하다. 새로움이 환영 받는 것은 위험한 대신 뭔가 특별한 것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게 만드는 '로스트 하이웨이'나 지능 지수를 의심케 하는 '메멘토' 같은 영화가 관객을 괴롭히면서도 결국 기억에 남는 영화로 대접 받는 것은 새로운 영화 문법이나 사고의 방법, 혹은 서술의 길을 새롭게 모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독창적이고 새롭다' '도처에 컬트의 매력이 있다' 라는 호평과 '데이비드 린치 영화를 만화책으로 만든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동시에 얻고 있는 '도니 다코(Donnie Darko)'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동이 틀 무렵, 도니 다코(제이크 길렌할)는 자전거를 타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도니 다코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으며, 누나에게는 "자위행위나 하라"고 대들고, 어머니에게는 "개 같은(bitch)"이라는 욕을 하는 고교생이다.

학교에서는 소심한 학생이며, 약간의 사이코 증세가 있는 소년은 토끼 가면을 쓴 프랭크(제임스 듀발)로부터 28일 6시간 42분12초 후에 세상이 끝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방에서 잠을 깬 소년의 팔뚝에는 '28064212'라는 문신이 새겨지고 소년은 세상이 어떻게 멸망할지 초조하게 기다리게 된다. 몽유병 증세가 있는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는 난데 없이 비행기 엔진이 떨어지고, 도니 다코는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어느 날 그레첸(제나 말론)이라는 소녀가 전학 오고 도니와 그레첸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프랭크는 더욱 자주 도니 다코를 꼬드기고, 마침내 도니 다코는 성격 개조를 사명으로 아는 짐(패트릭 스웨이지)의 집에 불을 지른다.

'도니 다코'는 마치 '아메리칸 뷰티'나 '매그놀리아'처럼 소시민적 가치를 주입시키려는 주변인과 도니 다코의 내면적 대결을 그려내는 영화처럼 보인다. 세상의 아이들은 훈육의 대상이며, 정신개조를 통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강요하는 교사들은 영화에서 매우 끔찍한 소시민적 인물로 그려진다.

한동안 제작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감독에게 서광을 안겨준 영화제작자이자 교사 캐린 포머로이로 나온 여배우 드류 배리모어의 캐릭터도 독특하다. 그녀는 마녀사냥 하듯 학생들에게 주먹을 내미는 교사에 맞서 도니 다코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인물. 그러나 프랭크가 말한 종말의 날이자, 할로윈 데이에 벌어진 도니 다코와 친구들의 싸움 부분에 와서 영화는 수많은 수수께끼를 남긴다.

도니 다코는 그레첸이 말썽꾸러기 친구들 차에 받혀 죽자, 그들에게 총을 쏘는데 맞은 사람은 다름아닌 프랭크. 그러나 총을 맞은 프랭크의 모습은 영화 중간 이미 보여줬던 부분. 웜홀을 통과, 시간을 돌린 프랭크는 엔진이 떨어지는 시점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있는다. 도니 다코는 폭사를 하고, 그레첸은 28일전, 사고가 난 그의 집을 무심히 지나간다.

영화는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며, 관객에게 충격 혹은 혼란을 준다. 문제는 '메멘토'처럼 아귀가 딱 맞는 것이 아니라, 다소 난삽하고 생략된 부분이 많아 자칫 엉성하게도 보인다는 점.

이 때문에 '도니 다코'는 새로운 명작이자, 명작의 흉내를 낸 얼치기 영화라는 극단적 평의 한가운데 놓이게 됐다. USC에서 영화를 전공한 올해 27세의 리처드 켈리의 데뷔작. 22일 서울 브로드웨이극장 개봉. 15세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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