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급 골동품 구입, 미취직 자녀들에 월급지급, 친인척 부동산 비싸게 사주기, 부도 앞두고 가압류 해제비용 지급…."2차 공적자금 비리수사에서 적발된 부실기업주들의 회사돈 주무르기 행태는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들은 기업이 잘 나갈 때는 회사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고 어려울 때는 경영권 방어와 부도에 대비한 뒷돈 챙기기에 나서는 등 공사(公私)를 망각한 행태를 일삼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극동건설그룹 김용산(金用山) 전 회장. 도자기 전문가로 미술재단까지 세운 김 전 회장은 1996∼98년 공사비를 뻥튀기한 뒤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8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이 중 10억원을 도자기 수집에 썼다. 김 전 회장이 수집한 도자기 중에는 보물급 고려청자와 이조백자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 회장은 나머지 70억원으로는 별장 및 자택 관리·보수비로 22억원, 일가의 종합토지세·재산세·종합소득세 등 각종 세금납부 등의 용도로 20억원을 썼다. 또한 계열사에 근무하지도 않은 자녀 2명과 집안 가정부, 운전기사에게 월급으로 16억여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진도그룹의 김영진(金永進) 전 회장의 '제 식구 챙기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김 전 회장은 1995∼98년 아들·딸 3명의 인사기록카드를 허위로 만들어 월급과 상여금을 비롯, 퇴직금까지 2억5,000만원을 챙겨줬다.
김 전 회장은 또 자신의 운전사는 물론,친형의 운전사에게도 월급 등 명목으로 각각 4,000만원씩을 지급했다. 김 전 회장은 이밖에 1997년 9월 이사회 결의도 없이 회사돈으로 아들·딸이 소유한 진도종합건설 주식을 시세보다 4억원 비싸게 매입했으며 친형 등 일가친척이 가진 경기 남양주시의 땅을 고가에 사들여 이들에게 45억원의 매매차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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