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동구 화수동 대우종합기계 2층 강당에는 '영원한 노동자, 퇴임식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1980년 7월 청춘을 바쳐 15년간 일해왔던 회사(당시 대우중공업)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후 22년간 복직운동을 벌인 오순부(63)씨가 이날 대우종합기계로부터 '명예 복직과 퇴임'이라 적힌 감사패를 받았다. 유신정권 이후 어용노조 퇴진운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오씨가 올 10월 1일부터 인천 화수동에 있는 대우종합기계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복직요구 무기한 농성에 돌입해 얻어낸 성과다. 오씨는 8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당시의 투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 받았다.
대우중공업에서 해고된 이듬 해 인천 주안공단의 '우일정밀'에 취직했지만 근로조건 개선투쟁을 벌이다 5년만에 다시 해고당했고, 해고무효소송에 승소해 88년 복직했지만 92년 대선 운동에 참여했다 다시 쫓겨났다. 그 후 2남1녀의 가장으로서 연탄장사, 포장마차를 전전했다.
오씨는 16년만에 다시 복직농성을 재개하며 6년째 일해 온 만수동 덕산아파트 경비일도 그만두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복직이라니'라는 따가운 시선이 콘크리트 냉기보다도 더 차가웠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45일만에 회사와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동자의 자존심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복직 다음날 바로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로서의 명예로운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퇴임식을 마치고 공장 문을 나서며 오씨는 "앞으로는 나처럼 공장을 오랫동안 떠나 있어야 하는 후배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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