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우여곡절끝에 재협상에 들어갔다. 여론조사 방식의 유출을 둘러싼 논란으로 결렬되는가 싶더니 심야 절충으로 위기를 넘겼다. 우리가 재협상의 추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 공고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는데도 후보가 확정되지 않고 있는 대선정국의 불투명성이 하루 빨리 제거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후보의 면면을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책과 공약을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방식이라는 실무적 사안 때문에 단일화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대선정국의 유동성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 시간적 제약때문에 단일화의 매듭은 빠를수록 좋다.다음으로는 정치권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화에 대한 호(好)불호를 떠나 단일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공개리에 한 약속이다.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가뜩이나 바닥을 치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킬 것이다. 누가 먼저 약속을 어겼고 어느쪽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눈에는 역시 정치인들의 약속이란 믿을 게 못 된다라는 인식만이 남을 것이다.
재협상의 포인트는 비밀이 새나가 버린 여론조사 방식을 손질하고, 단 한번밖에 못하는 두 후보간 TV토론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두 후보진영이 어떤 형태의 재협상을 하고, 무슨 합의를 도출해낼지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단지 한가지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행이 가능한 합의를 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다.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협상을 하는 짓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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