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의 위력은 대단하다. 일부 대형 서점과 출판단체가 대개 주(週) 단위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 베스트 셀러에 오르면 일단 잘 팔린다. 출간 이후 상당 기간동안 독자들의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책이라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불티나게 나간다. 그래서 일부 출판인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들이 발간한 책을 이 반열에 올려놓으려고 기를 쓴다. 지난해 크게 문제가 됐던 사재기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일보는 책을 소개하는 '책과 세상'에서 베스트 셀러 표를 게재하지 않고 있다. 담당 기자는 일부러 없앴다고 밝혔다. "몇몇 책이 등수를 바꿔가며 몇 달째 혹은 그 이상 베스트 셀러 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 셀러의 소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를 바 없는 등수를 매주 소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어쩌다 베스트 셀러에 진입한 새 책도 거의 어느 TV방송의 유명 프로에 소개됨으로써 뜬 것이지, 자력으로 다른 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책은 아니었다는 것이 담당 기자의 설명이다.
■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즈 앤 노블은 지난해 하반기 베스트 셀러 선정 기준을 바꿨다. 각각 10개의 픽션과 논픽션 부문의 베스트 셀러 목록에 최고 1년 이상 실릴 수 없다는 상한선을 설정했다. 아무리 잘 팔려도 1년이 지나면 목록에서 제외한다. 새로 나온 좋은 책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서점은 지난 15년 동안 베스트 셀러 발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이 조치는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 어느 방송의 책 관련 인기프로가 방영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프로그램이 독서 시장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긍정론과 함께 독서의 편식 현상을 초래하는 등 독서 문화를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거세다. '문화'라는 단어가 붙어다니지만, 책도 상품이고 출판도 사업이다. 때문에 최종 판단은 소비자인 독자의 몫이다.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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