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19일 각 부처에 분산된 대 테러 기능을 통합하는 국토안보부 신설 법안을 찬성 90명, 반대 9명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1947년 국방부 창설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게 됐다.국토안보부는 대 테러 기능을 맡고 있는 22개 부처의 직원 17만 명을 통합, 연간 380억 달러의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으로 발족한다. 해안경비대, 세관, 이민귀화국(INS), 국경순찰대, 비밀경찰국(SS), 연방비상계획처 등 기존 조직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흡수되며, 신설되는 교통안전부도 여기에 통합된다. 통합 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은 현행대로 별도 조직으로 남는다. 워싱턴 포스트는 "새 조직이 완전한 기능을 행사할 때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안 통과는 중간선거 후 국토안보부 설치를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첫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7일 107대 의회의 레임덕 세션(중간 선거 후 다음 의회 구성 전까지의 회기)에서 국토안보부 설치안이 초당적 합의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 법안은 그 동안 상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해 온 민주당의 반대로 처리가 미뤄져 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프라하로 향하던 중 법안 통과를 보고받고 "미국민을 보호하는 데 이정표가 될 역사적이고 대담한 발걸음"이라며 "이 법안의 통과로 미국은 21세기의 점증하는 테러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필 그램(텍사스) 상원의원은 "법안 통과는 미국의 법 집행과 국가안보, 미국인의 안전의 승리"라고 말했으며, 이전까지 법안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만(코네티컷) 의원도 "오늘은 9·11 이후 신 안보시대에서 역사적 날"이라고 평가했다.
하원은 지난주 이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22일 상·하원 입법의 차이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 이 달 말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정식 발효된다.
그러나 국토안보부 신설 법안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가입자 관련 정보 제공과 경찰의 인터넷 도청권을 허용하고 있어 인권침해 시비를 낳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권운동단체인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는 이 법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사관뿐만 아니라 어떤 정부 관리에게도 가입자에 관한 정보를 넘겨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국토안보부는
국토안보부의 1차적 임무는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같은 임무 수행을 위해 정보 분석과 인프라 보호 화학·생물·방사능·핵 등에 대한 대응 조치 국경 및 수송 부문 보안 비상시 대처 및 대응 조치 연방·주·지방 정부 부서 및 민간 부문과의 공조 등 5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며, 신임 장관에는 톰 리지 국토안보국장이 유력하다. 장관은 국방장관이나 법무장관과 같은 지위로 미국 내 테러 위협과 관련한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다. 또 비자 발급 업무를 관할하며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국무장관의 권한도 보유한다. 그러나 전쟁이나 기타 군사적 방어 활동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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