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도 실적주는 독야청청.'국내 최대 생식품업체인 풀무원과 패션 1위 업체인 제일모직, 제과업체인 동양제과 등 '식품·의류·제과 3인방'이 침체장 속에서도 주가상승 행진을 이어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3인방의 약진은 그동안 카드·백화점·홈쇼핑 중심이었던 내수 소비주의 판도를 바꿔놓는 것은 물론, 롯데칠성·신세계의 뒤를 잇는 한국 증시의 새로운 '가치주'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철저한 실적 중심의 주가 재편, 실속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패턴 변화,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 증가 등 우리 경제와 증시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으며, 수출 불안과 내수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필수적인 비내구재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을 닫지 않았음을 주가로 보여주고 있다.
■침체장 속 신고가 행진
올해 초 2만원이던 풀무원 주가는 20일 4만3,000원을 돌파했으며 장중 4만5,2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달 초 배종찬 사장의 개인 주식 매도로 한때 주춤하던 주가는 3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또다시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는 "1∼3분기 매출액은 29% 증가하고 경상이익은 87% 증가했다"며 이는 "소득수준 향상으로 생식품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시장지위의 강화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풀무원의 주가상승을 이끄는 것은 콩나물과 두부·된장의 힘.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포장두부와 콩나물 부문 매출이 2000년 이후 매달 20% 안팎으로 성장하는데다 할인점 백화점 등에 집중 납품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얻었다.
■CEO 주가상승 1위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으로 캐주얼 의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캐주얼 시장 1위 업체인 제일모직도 4일째 상승을 이어가며 주가가 올 4월 신고가(1만8,450원)에 바짝 근접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7,000원이던 주가가 올들어 하락장에도 아랑곳 않고 128%나 상승했으며 안복현 사장은 올들어 삼성 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주가 상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주가상승은 패션부문 호조에서 비롯된 실적호전 때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갤럭시'와 '로가디스'로 대표되는 패션부문 매출이익률이 50%에 이르는 등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8.9% 증가하고, 순이익은 132.3%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투자증권 윤효진 연구원은 "내수경기 둔화 및 가계 부실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높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석유화학과 전자소재 부문도 고부가가치 제품 구성과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안정적인 거래처에 힘입어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줄어도 과자 먹는다
동양제과도 올 3분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156.3%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76.5% 늘어난 것으로 나오면서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동양제과 주가상승의 1등 공신은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 올 2월 말 초코파이 가격을 9% 인상한 것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났고 포카칩과 예감 등 감자스넥을 중심으로 기존 제품의 판매 증가에 따른 시장지배력 확대로 매출도 16.7% 증가했다. 현대증권 신혜영 연구원은 "거래처(유통채널) 합리화와 물류창고 축소 등 구조조정 효과로 수익이 좋아지고 있다"며 "제과업체와 온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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