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 직배 영화사 관계자는 스탠리 큐브릭을 회상하면서 이런 얘기를 전했다. 90년대 초 말레이시아에 기자회견차 참석한 큐브릭 감독을 만나러 가니, 그가 호텔 방 바닥에 엎드려 말레이시아 신문을 펼쳐놓고 일일이 광고 크기를 재고 있었다. 자신이 승인한 '풀 메탈 자켓'의 광고가 그대로 집행됐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로부터 몇 년 후 스탠리 큐브릭은 세상을 떠났지만 제 2, 3의 스탠리 큐브릭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계자는 단연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이다. 지난해 1편 개봉 때도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했던 조앤 롤링은 2편 개봉을 앞두고 더 날카로워졌다. 영화 홍보사는 사진 자료를 요청하면 CD롬에 사진 이미지를 담아 직접 배달한다. '중요―본 정보는 귀하의 즉각적이고 세심한 주의를 요합니다'라는 영어 직역체의 안내문과 함께 말이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 영화 개봉과 관련한 세세한 규정이 나열된 가이드북은 100쪽이 넘는다.
유일한 공동 프로모션 업체인 코카콜라는 지난해 '무늬만 해리포터'를 등장시켜 광고를 했었으나 올해는 이것도 불가능하다. 그저 코카콜라가 해리포터의 공동프로모션업체라는 명분만으로 만족해야 할 처지. 이유는 단 하나. "조앤 롤링이 원하지 않기 때문." 영화 포스터나 인터넷 홈페이지는 당연히 한글을 전혀 모르는 조앤 롤링의 '감수'를 받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소개됐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규제가 심하면 빠져나갈 구멍도 커지는 법. 속이 탄 '해리포터…'의 홍보사는 부산 영화제 기간 중 전국의 해리포터 동호회 회원 50여명을 부산으로 유인, 형식상 '자발적 행사'를 유도해 부산 남포동 관객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꽤 상업적인 책을 가장 상업적인 매체인 영화로 리메이크해놓고, "상업적인 이용은 안된다"며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조앤 롤링. 물론 PPL 전시장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도 속이 거북하지만, 무시무시한 돈을 벌어 놓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면서(영화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4편 이후의 판권 계약을 추진중) '고고한 작가'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건 밉살스러워 보인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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