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맑은 소리와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은은히 퍼지는 산속. 그러나 그곳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뜨거운 생존경쟁이 있다. 24일(일) 밤 11시 25분 방송되는 'MBC스페셜-자연 다큐멘터리 갑사'(연출 박상일)는 계룡산 중턱의 작은 절 갑사의 1년을 담았다. 굴뚝새 박새 노랑할미새 등 갑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있는 텃새들과 말벌 뱀허물쌍살벌 왕바다리 등을 살펴본다.이른 봄부터 겨울까지 숲 속을 헤치고 다니며 일년 준비를 하는 굴뚝새, 새끼들이 천적에게 노출될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박새부부, 물까치와 찌르레기, 갑사의 돌담 틈새에 둥지를 틀고 있는 노랑할미새 등 갑사의 사계 가운데 이채로운 표정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꿀벌 사냥꾼으로 낙인 찍혀 산 속으로 내몰린 벌들의 살림살이도 볼 수 있다. 꿀벌을 낚아채는 말벌의 사냥솜씨, 자신의 애벌레를 죽이는 뱀허물쌍살벌, 집을 지으려고 갑사 안의 종이란 종이는 물론 나무 문까지 물어 뜯어간 뒤에 침으로 반죽을 해 집을 짓는 왕바다리 등.
사냥한 먹이를 애벌레들이 먹기 좋게끔 경단처럼 만드는 왕바다리의 지극한 자식 사랑을 비롯해 박새부부의 유별난 자식 사랑 등 인간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동물들의 관계도 담았다. 암컷이 먹이를 사냥한 뒤 둥지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하느라 숲이 떠내려갈 정도로 목청껏 울어대는 수컷의 목소리는 신비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말벌의 집이 뽐내는 화려함, 장수말벌에게 공격을 받은 이후 자신들의 애벌레를 죽이는 뱀허물쌍살벌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등 동물들의 치열한 생존경쟁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두루미 독수리 도요새 등 희귀조들 또는 천연기념물 등 보기 힘든 조류에 대한 다큐멘타리는 많지만 우리 텃새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어떻게 그들이 살림살이를 꾸려가는지 살피고자 했다" 는 것이 박상일 PD의 설명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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