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기준환경 분야에 대한 첫번째 공약검증 기준은 각 후보의 가치관이다. 성장의 무한 요구에 굴복해 경제논리 일변도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기제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환경의 가치를 넓고 깊이 인식한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 환경관의 실현을 위해 일관성 있고 선명한 환경정책의 목표를 개발,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 정책목표의 실현 가능성이다. 제시된 정책목표가 현실을 고려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선명성 경쟁의 산물로서의 대국민 과시용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넷째, 제시된 환경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적실성과 구체성이 있는 정책수단을 선택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준은 각 후보들이 해당 환경문제의 본질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환경관과 정책기조
네 후보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성장위주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음에 따라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를 조화시킬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점이 있다.
이회창 후보는 기본적으로 환경관리주의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바라본다. 고성장위주의 활기찬 경제와 지속가능한 따뜻한 복지를 동시에 내세우면서 경제성장에 따른 기술의 발전으로 환경보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술낙관론을 편다. 이러한 견해는 결과적으로는 개발논리를 정당화하는 수사가 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정책수단은 폭과 깊이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적이다. 에너지시장의 활성화, 수요관리위주의 자원정책, 녹색 GDP 개념, 환경친화적 조세제도 등이 그 예이다.
노무현 후보는 '성장, 분배, 환경이 함께 하는 문화국가'를 국가목표로 제시한다. 그는 계층·경제주체·지역간 균형과 평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환경주의자다. 행정수도 지방이전정책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열악한 국토환경여건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강력한 환경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새만금 간척사업 등 현정부의 비환경친화적 정책을 지지하는 점에서 일관성이 떨어진다.
정몽준 후보는 지속가능발전정상회담의 목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발전 지표와 전략을 수립·추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것은 환경목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설정하려는 시도이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안이한 것이다. 기업활동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시장을 기반으로 한 정책수단에 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권영길 후보는 '자본연합'에 대응하는 '환경연합'의 조직화를 제시하고, 개발·생산·소비·재순환·처리의 모든 단계에서 생태적 관점과 지표를 도입하고 국민에 의한 민주적 감시의 제도화를 내세운다. 권 후보는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 환경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생태주의에 가깝다. 근본적이고 이상적인 제안을 하지만, 환경연합의 내용이 모호하고 이를 실현할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새만금과 생태계 보전
현 정부 임기 중 최대의 환경현안으로 부각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네 후보의 입장은 뚜렷이 갈린다.
이 후보와 노 후보는 개발을 수용한 반면, 권 후보는 생태계보전을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앞으로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네 후보 모두 해양, 갯벌, 산림, 비무장지대 등의 주요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법·제도적 방안의 제시는 부족하다.
■수도권 집중과 그린벨트 문제
네 후보 모두 수도권 집중이 수도권 난개발과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차기 정부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이 후보는 기능별 수도를 기치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행정기관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노 후보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수도 이전을 제시하는데, 과감하지만 실현가능성은 낮다. 정 후보는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을 제시했으나 정부차원의 변화 없이는 역시 실현가능성이 낮다. 권 후보는 지역경제의 균형 성장 도모, 대학 평준화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지만 근본적 처방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린벨트와 관련,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에 의해 그린벨트에 대한 수요를 낮추려 하고, 이 후보는 '선보전-후조정' 원칙 하에 재산권 제한을 받는 국민에 대해 투명한 원칙에 따른 보상을 주장한다. 권 후보는 '녹지총면적의 유지, 확대관리'라는 개념을 주장하며 그린벨트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세 후보의 주장 모두 이상적이나 정책실현에 소요되는 비용과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오염원관리정책
심각한 수준에 이른 대도시의 대기오염문제와 4대강 유역의 수질문제 등에 대해 각 후보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서 정책의 실현가능성 및 다른 정책과의 조화가능성을 고려하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네 후보 모두 수요관리 위주의 물정책을 강조하면서 물 가격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서민복지정책과의 상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노 후보는 오염총량제, 수변구역의 적극매수, 하수처리시설 확충 등 수질개선에 관해 폭 넓은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비용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도시의 대기오염에 관해 이 후보와 권 후보는 모두 천연가스버스(CNG버스)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충전소 설치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후보는 대기오염 축소를 위해 보유세 중심의 자동차세를 주행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노후보는 자동차배기가스와 관련해 환경개선부담금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실행과정에서의 조세저항 및 조세부담자의 조정 등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 및 핵발전 문제
에너지위기 및 기후변화문제에 관해, 네 후보는 모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다들 미흡하다.
이, 노, 정 후보는 원자력발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명확히 반핵 입장을 보이는 권 후보는 대체에너지의 확보방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 제시가 없다.
■폐기물정책
모든 후보들이 폐기물 감량, 재활용, 소각 및 매립의 순으로 폐기물 정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 노, 정 후보는 모두 소각장의 다이옥신 문제를 정부의 규제강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어느 정도까지 소각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이다. 노 후보의 소각비율 30%선 확대 방안은 현 정부의 계획을 옹호하는 것인 반면, 권 후보는 소각장 건설유보를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재활용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활용비율을 높여 소각율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소각 또는 매립해야 할 폐기물의 양이 급감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소각장 건설을 유보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총평
네 후보의 정책 내용을 보면 과거에 비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수준이 향상되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 내용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 후보는 환경 분야에서 타 후보에 비해 비교적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의 조화에 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시각에서 각종 개발정책을 실시할 경우 자칫 환경파괴를 가속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노 후보는 비교적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실패한 환경정책과 인식을 답습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옹호나 소각비율확대주장은 명시적으로 환경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란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정 후보는 실현가능성을 중시하여 비교적 신중한 정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구체적인 정책대안의 제시에 있어서 소극적이다.
권 후보는 진보정당의 성격에 맞게 환경문제 있어서도 파격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들은 이상에 치우쳐 환경문제와 다양한 사회 쟁점의 관련성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조홍식(趙弘植)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UC 버클리대 법학 박사
·전 부산지방법원 판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핫이슈 / 수도권 대기문제
"서울의 잿빛 하늘을 푸르게 바꾸겠다." 올 7월 환경부는 날로 악화하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71㎍/㎗로 파리(20), 런던(20), 도쿄(40) 등 선진국 수도에 비해 2∼3배 가량이 높고, 수도권의 연평균 시정거리는 울산, 대구 등 공업도시에 비해서도 40% 정도나 낮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 오존 주의보 발령 횟수도 수도권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년 뒤인 2012년까지 수도권 대기를 도쿄 수준으로 개선시키겠다"는 목표로 환경부가 들고 나온 정책 수단이 '대기오염 총량관리제'다. 지역의 환경용량 범위 내에서 오염물질 배출총량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를 골자로 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반발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시행과정에서 만만찮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대기오염 총량관리제'가 실시되면 각 공장마다 오염배출량이 할당되는데, 이 때 최신의 오염방지 장비를 설치한 공장의 배출량이 할당 기준이 된다. 다른 공장들은 이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똑같이 최신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환경부는 배출허용량을 초과하는 사업자에게 매기는 초과부과금을 최신 장비도입가격 이상으로 책정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한 지역에 할당된 총량 이하로 오염배출량이 감소하지 않으면 신설 공장도 들어설 수 없게 돼 산업계로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총량관리제가 산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정확한 데이터없이 시행될 경우 산업계에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건의문을 환경부에 제출, 도입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산업자원부도 이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부처간 합의가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도권 대기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수도권 대기 문제는 차기 정부의 핵심 환경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서왕진(徐旺鎭) 사무처장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서울에서만 한해 1,970명이 숨지고 있고, 대기오염과 건강간의 상관관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환경정의에 의거해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한나라당 전직 환경부 관료들과 학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공약개발팀이 크게 활약했다.
공약위원인 신현국 전 대구지방환경청장, 김규응 전 환경부 자원보전국장 등은 풍부한 행정의 경험을 살린 정책 대안을 제시했고, 곽승준(郭承俊) 고려대 교수, 김만구 강원대 교수, 서용찬(徐容燦) 상지대 교수, 이우근 강원대 교수 등은 보존과 개발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박사 출신인 신부식(申富植) 한나라당 환경노동위 부위원장이 당과 외부자문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돼 전체적인 얼개를 짰고, 당의 허미연(許美蓮) 수석전문위원이 실무작업을 도맡았다. 이회창 후보의 환경정책 특보인 김인환(金仁煥) 전 환경부차관은 현실 타당성을 따졌고, 신의순 (申義淳) 연세대 교수는 에너지 분야 등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의 오세훈(吳世勳) 박혁규(朴赫圭) 의원의 측면 지원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환경분야 공약은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발됐고 환경분야를 전공한 자문교수단이 이를 검증했다.
박인상(朴仁相) 신계륜(申溪輪) 의원은 환노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과 개발의 조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약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대표 비서실장인 조성준(趙誠俊) 의원과 제3정조 위원장인 김성순(金聖順) 의원은 공약의 세밀한 부분을 가다듬었다. 자문교수단은 정책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조언과 검증을 하면서 정책의 완성을 도왔다.
당 정책위의 유련(兪蓮) 전문위원은 미국 뉴저지주립대에서 환경분야 박사를 받은 전문성을 살려 이 분야 실무를 담당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환경정책은 개발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유명 환경운동가와 소장학자들이 한팀을 이뤄 정책조율을 해나가고 있다.
당 환경특보인 임삼진(林三鎭) 녹색평화당 공동대표와 도천수(都天洙) 푸른시민포럼 대표는 환경정책의 뼈대를 세우고 기본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시민단체로부터 정책조언을 받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다.
정책개발실 수석전문위원인 이승호(李丞鎬) 뉴욕대 교수는 특보단에서 제공한 정책 아이디어를 분석·평가해 완성품으로 빚어내는 현장감독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수 등 환경정책팀은 철원·화천 지역 등 비무장지대 환경 및 생태자원 보존운동을 추진하면서 국내외 환경단체와의 연계업무도 맡고 있다.
전성환(全聖煥) 전 보좌관은 국회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환경 분야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