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덕연구단지 종사자 자녀의 대덕고 선(先)배정을 50%로 제한하는 대전시 교육청의 갑작스런 조치로 관련 학부모뿐만 아니라 연구단지 종사자 모두가 당황하고 있다.대덕고 선배정 제도는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인들을 대덕단지에 유치하기 위해 교육부의 협조를 얻어 시행해오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은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한 대덕단지 종사자 자녀의 대덕고 선배정 제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려고 한다. 사전공지나 유예기간도 없이 갑자기 제도를 변경한 뒤 '방침을 정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관료주의적 교육행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된 이후 15년 동안 단지 내에 대단위 아파트가 입주했으나 학생을 수용할 고등학교를 신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청은 뒤늦게 입주한 거주자 자녀를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 연구단지를 형성한 주역들의 자녀를 단지 밖으로 내모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 종사자의 현재는 이공계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미래나 다름 없다. 국가 과학기술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대덕단지 종사자의 처우가 열악할 때 지금도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정책을 '일년지계'로 만들고,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추기는 대전시 교육청의 관료적 사고가 우리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이런 무분별한 정책은 결국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겠다는 정부의 말이 공염불임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다.
대전시 교육청은 이번 조치를 당장 철회하고, 우선 대덕단지 내에 인문계 고교를 즉시 신설해야 한다. 또 연구단지 종사자 자녀에 대한 대덕고 선배정 축소방침을 일단 유보하고, 충분한 사전예고를 거친 후 단계적으로 선배정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구 정 회 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