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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는 희망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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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는 희망을 먹고 산다

입력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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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 등으로 수출 환경이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를 지탱해오던 내수마저 빠르게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 부실이 심화하고 부동산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에 따른 후유증도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레임덕 현상에 따른 구심점이 약화되고 있어 경제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에서 위기를 초래할 만한 징후는 발견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통산업과 IT산업의 조화 속에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여전하고 외환위기 이후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경제 체질도 많이 개선되었다. 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도국인 중국을 제외하고 우리 거시경제 만큼 양호한 성과를 내는 경제를 볼 수 있는가. 지속적인 물가하락 속에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상태를 가리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한마디로 난센스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향후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 유의해야 할 문제가 없지 않다. 첫째, 대선이라는 정치 행사 때문에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선 후보들의 정책공약과 각종 압력단체들의 욕구가 분출되면서 다양한 경제 정책이 활발히 논의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현안 및 문제점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거쳐 발전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되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둘째, 경기 연착륙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 활력을 유지해온 데에는 저금리 효과가 컸고 그 과정에서 소비, 부동산, 차입 등에서 버블이 적지 않게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오면 버블 붕괴로 경기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이왕에 형성된 버블을 일순간에 해소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의해 서서히 꺼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90년대 초 거품을 가라 앉히기 위해 너무 성급한 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잃어버린 11년째를 맞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셋째,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고비용 경제 구조의 재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욕구로 이어지면서 임금 상승률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선 데다 임대료 및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경제 전체에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까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우리 경제의 한계산업 분야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연명하는 데 크게 기여해 온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고비용 측면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넷째, 중국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한 데에는 중국 효과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70, 80년대 고도 성장을 하면서 필요한 핵심 원자재 및 중간재를 일본에 의존했듯이 중국의 성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위협으로만 보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당분간 우리 경제의 성장 동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이 더 절실한 때이다.

경제는 희망을 먹고 산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고 막연한 낙관주의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막연한 경제 불안감을 조장하기 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경제의 밝은 면과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로 보인다.

김 성 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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