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던 오상수(37) 새롬기술 사장이 회사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고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을 기다리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 사장은 20일 새롬기술 회계 부정에 따른 검찰의 구속 수사 방침이 발표된 직후 자신의 대리인인 김대선 부사장을 내세워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13일로 예정된 임시주총 이후에 새롬기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오 사장은 "검찰소환이후 우호지분으로 확보해 놓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바람에 지분이 7%로 줄어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하기에 경영권을 내놓는다"며 "앞으로 새롬기술은 홍기태사장측이 임명하는 신임 경영진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보유지분의 처리방법과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화려한 등극
오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1993년 28세의 나이로 동기 5명과 함께 새롬기술을 설립했다. 새롬기술의 첫 작품인 PC통신용 소프트웨어 '새롬데이타맨'은 폭발적 인기를 끌며 오 사장과 개발진을 소프트웨어업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주목받게 했다. 1999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새롬기술이 등록되면서 오 사장은 벤처신화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새롬의 주가는 벤처열풍을 타고 2000년 2월 액면가 500원짜리가 3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때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3조원이 넘어 삼성전자보다 많았다. 오 사장은 이어 유상증자로 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 미국과 국내에서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 사업을 개시해 한때 1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 성공 신화를 다지는 듯 싶었다.
■초라한 몰락
그러나 다이얼패드사업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며 인기가 떨어지고 수익도 내지 못해 오 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으나 끝내 다이얼패드 회생에 실패하고 주가도 추풍낙엽이 됐다. 지난해 11월 새롬기술 사장에서 물러나 쫓기듯 미국으로 건너간 오 사장은 "다이얼패드 회생을 위한 준비"라는 명목으로 올해 6월 다시 귀국, 새롬기술 사장에 복귀했다. 패잔병처럼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때 사업 파트너였던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이 주도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 A)이었다. 오 사장이 미국에서 다이얼패드사업에 매달려 있는 동안 홍 사장은 새롬기술의 지분 11%를 사들여 오 사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오 사장은 장내지분매입과 우호지분 확보 등으로 13%의 지분을 맞춰 홍 사장과 힘겨루기를 할 계획이었으나 과거에 저지른 회계부정 때문에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지난해 새롬기술 사장에서 물러난 지 정확히 1년 만의 일이다.
■새롬기술 향후 전망
창업주인 오 사장이 물러남에 따라 새롬기술의 향배가 관심사다. 홍 사장측의 박원태 새롬벤처투자 전무는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계속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어서 다이얼패드 사업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롬기술이 보유중인 1,700억원의 현금은 미디어 솔루션과 IT분야의 신규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현재 사업준비팀을 꾸려서 준비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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