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목숨 건 극한의 스포츠,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거나 멋지게 살기 위한 범죄. 요즘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신세대 갱스터 영화의 전형이다.슬림(스티븐 도프)도 그렇다. 마치 육상선수가 기록을 앞당기듯 보다 더 빠르게에 열중한다. 친구 3명과 은행을 털고는 인라인스케이트로 갈아 신고는 쏜살같이 도심으로 사라진다. 슬림은 스카이다이빙, 암벽등반을 즐긴다. 목숨을 걸고 물 속에서 오래 버티기 훈련도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모두 돈을 터는데 이용된다.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다 경찰에 쫓기자 거리낌없이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한 사람이 65만 달러나 갖게 됐지만 손씻기에는 너무 적다고 생각해 더 많은 돈을 노린다.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강도야말로 스릴 넘치는 스포츠에 불과하다.
'택시'로 스피드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프랑스 자동차CF 감독 출신 제라드 피레는 '스틸(Steal)'에서도 재능을 마음껏 뽐낸다. 자동차 위를 나는 인라인스케이트, 슬림 일당과 경찰의 정신 없는 자동차 추격, 대형 컨테이너 트럭의 아슬아슬한 곡예 등이 쉴새 없이 이어진다.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스틸' 역시 엉성한 스토리와 구성, 상투적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너무나 간단히 돈을 터는 슬림 일당이나, 그들을 역 이용해 거액을 챙기려는 형사반장 제이크(브루스 페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그의 부하인 여형사 캐런(나타샤 헨스트리지)은 성격이나 관계 설정이 겉돈다. 그래서 있을 것은 다 있으나 조금씩 아귀가 맞지 않은 듯한 느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했던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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