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무거운 생수에서 싱싱한 저녁 찬거리까지 해결한다." 주부 정지원(29·경기 고양시)씨는 올 여름 첫 딸을 낳은 뒤로는 장보는 게 큰 부담이다. 우는 아기 업으랴, 무거운 짐까지 들랴 허리가 휘는 다람쥐 쳇바퀴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으로 장보기를 하는 'e슈퍼'를 알게 되면서 이 같은 고생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 정씨는 무겁거나 부피가 큰 생수나 기저기 용품은 물론, 저녁 반찬거리 준비까지 e슈퍼에서 원클릭으로 손쉽게 처리,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대형 슈퍼나 백화점·할인마트의 식품관 같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네트워크의 장점만을 따서 만든 '지역형 인터넷 슈퍼'(일명 e슈퍼)가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슈퍼'는 농·수·축산물 같은 1차 상품을, 그것도 주문 후 2∼3시간 안에 즉시 배송해 준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넷 쇼핑과 구별된다. 그간 인터넷 쇼핑하면 컴퓨터·생활 가전이나 의류, 잡화 같은 공산품을 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배달 기간도 대개 2∼3일이 소요돼 신선도를 요구하는 농·축·수산물은 취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e슈퍼는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매장에 있는 상품을 그대로 배송하기 때문에 양곡, 채소, 과일, 생선, 정육 같은 소소한 식생활 용품까지 취급이 가능하다. 인근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지로 삼고 있어 2∼3시간 안에 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만큼 신선도 유지를 요구하는 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슈퍼들은 구입 금액이 3만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해 주며, 3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2,000∼3,000원의 배송료만 내면 된다. 상당수 e슈퍼들은 주말 야간 배송까지 하고 있어 맞벌이 부부에게 특히 유용하다.
양질의 신선 식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e슈퍼가 갖고 있는 강점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e슈퍼는 LG 인터넷 슈퍼마켓(LG슈퍼마켓), e현대(현대백화점 식품관), e삼성플라자(삼성플라자 식품관), 인터넷 홈플러스(홈플러스 매장) 등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 마트를 갖고 있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이다. 따라서 e슈퍼에서 사는 제품은 백화점 식품 매장에 실제 진열돼 있는 상품들이다. 고객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품을 받아 주고 있다.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존 인터넷 쇼핑과 다른 점이다. e슈퍼는 일반 슈퍼마켓이나 할인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낱개나 낱개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 재래시장에서처럼 '양배추 반쪽에 사과 3개, 찌개용 돼지머리 300g, 아기 기저귀 한 세트'식의 분할 구입이 가능하다.
e슈퍼에서는 사이버 거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한정 상품을 선착순으로 주문 받는 '선착순 구매코너'를 비롯해 하루 3∼5개 상품을 시간별로 할인해 판매하는 '반짝세일', 포인트카드와 별도의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온라인 마일리지제', '여성 배달원을 통한 신속 배송'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e슈퍼에서는 양곡류(20%), 축산품(19%), 청과류(17%), 분유나 기저귀 같은 유아용품(15%) 등이 많이 팔린다.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부피가 커서 이동이 어려운 상품, 그리고 브랜드간 품질이 차이가 크지 않은 제품들이 주 거래 품목이다.
e슈퍼는 초기에 사이버 거래라는 불안감 때문에 이용 빈도가 작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연간 10% 안팎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0년 10월 '지역형 인터넷 슈퍼마켓'이란 이름으로 국내 처음으로 e슈퍼를 선보인 LG유통은 오픈 1년 4개월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LG유통은 전체 매출액의 8% 이상이 e슈퍼를 통해 이뤄진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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