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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극복 5년.../ "노동·공공개혁 未完… 갈길 먼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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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극복 5년.../ "노동·공공개혁 未完… 갈길 먼 절반의 성공"

입력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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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을 위한 국민의 정부 5년간의 노력은 각종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반의 성공'을 거둔데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국내의 5개 주요 국책·민간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20일 IMF 구제금융신청 5년을 맞아 본지가 실시한 'IMF 체제 극복 평가와 과제' 전화설문에서 4대개혁의 성과에서부터 위기 재발 가능성에 이르기까지의 현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특히 IMF 체제를 극복하고 차세대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노동·공공 등의 미진한 개혁과 개방에 대한 폐쇄적 의식 등이 여전히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진단과 향후과제

▶4대 구조개혁 평가

1998년2월부터 2000년8월까지의 1단계 구조조정을 거쳐 추진된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부문에 걸친 구조개혁은 IMF 체제 극복을 위한 국가 체질개선의 골간이었다. 이 결과 97년말 2,068개였던 국내 금융회사 수는 현재 1,510개로 대폭 줄었고, 98년 55개 퇴출대상기업 발표에 이은 잇단 구조조정으로 약 250여 부실기업이 정리됐다. 또 공공부문에서 14만1,000명의 인력이 감축됐다.

그러나 김중수 KDI 원장과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 등은 노동부문의 구조개혁이 가장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와 최흥식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공공부문에여전히 구조개혁 여지가 남아있으며 차기 정부는 후속 조치를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KDI 원장 등은 "노·사·정 활동에도불구하고 노동기준 등에서 여전히 국제수준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공기업 민영화 등 추가 공공개혁은 물론 장기적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노동문제는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공적자금 정책 평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정책 자체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김 KDI 원장은 "그동안 15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최종 회수율이 약 5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외국과 비교할 때 절대로 나쁜 결과라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좌 한경연 원장 역시 "다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어쨌든 경제를 지탱한 동력이었다"며 "다만 회수 방식은 무조건 현재 범위에서 세금만 더 거둘 것이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해 추가 재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 LG 상무는 "집행과정에서 퇴출 기준 등이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등은 따져봐야할 문제"라며 "상환에 따른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연기금 개혁문제 등과 연계해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1, 2차로 나눠진 공적자금 조성과정에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짚었다.

▶빈부격차와 사회안전망 정책 평가

전반적으로 IMF 체제 이전에 비해 체감 빈부격차가 확대됐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김 KDI원장은 "빈부격차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 정부의 정책적 잘못에 따른 결과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채 KIEP 원장 역시 "과거부터 잠재된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DJ노믹스'의 골간을 이뤘던 사회안전망 확충 정책은 모두 잘한 시책이었다는 평가였다. 김 KDI 원장은 "현재 2.5% 선을 나타내고 있는 낮은 실업률은 관련 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 LG상무는"기본적으로 성장이 분배 문제를 이끌며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

IMF 체제 이래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재정지출 확대정책의 부산물로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위험도 증가 및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은 경계해야할 상황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은 현 상황에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오 LG상무는 "세계 경제의 저물가 추세는 우리 경제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내년 중반기까지 보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며 "현재는 인플레이션에 신경을 써야할 단계"라고 말했다. 좌 한경연 원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단정한 뒤 "다만 자산가격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성장기반

대부분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여전히 정보기술(IT) 산업에 차세대 성장 동력을 기대하고 있었다. 김 KDI 원장은 "벤처산업이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조정기라고 생각한다"며 "IT 산업 육성책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KIEP 부원장은 "IMF 체제 극복기에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다"며 "결국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 LG상무는 "성장 동력의 축이 앞으로 내수부문으로 많이 기울 것"이라며 "산업부문 외에 내수부문의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지표로 본 IMF 5년

정부의 '자화 자찬'이 아니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5년간 각종 외형적인 경제 지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위기를 촉발했던 외환보유액은 1997년말 39억달러에서 10월말 현재 1,170억달러로 무려 30배 가량 늘어나 이제는 세계 4위의 위용을 과시한다. 전문가들은 "다시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외환 위기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과다한 외환 보유에 대한 비효율성 논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

97년 82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90∼97년 8년 동안 무려 568억달러의 누적 적자에 시달렸던 경상수지는 98년부터 흑자로 전환돼 5년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98년(404억달러)을 정점으로 흑자 폭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9월말 현재 5년간 누적 흑자 규모는 898억달러에 달한다.

5년전 541억달러에 달했던 대외 빚도 98년 202억달러로 축소된 뒤 99년부터 빚보다 대외 채권이 많은 '순채권국'으로 전환됐고, 외채도 같은 기간 1,592억달러에서 1,225억달러로 줄었다.

외환 위기의 충격으로 98년 마이너스 6.7%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은 적극적인 재정 및 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 진작에 나선 결과 이듬해 10.9%, 2000년 9.3%의 놀라운 성장세로 돌아섰다. 2001년(3.0%)과 올 상반기(6.1%)에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기업, 금융, 노동 부문의 외형 지표도 대폭 개선됐다. 97년말 400%에 육박했던 기업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135.6%까지 떨어졌고, 외환 위기 당시에는 개념 조차 없었던 은행 무수익여신 비율은 2000년말 13.91%에서 지난해말 9.92%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98∼99년 6%대에 달했던 실업률도 올 들어 2%대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 성장은 소득의 양극화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초래했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 심화)는 97년 0.283에서 지난해 0.319까지 치솟았고, 상위 2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7.20%에서 올 1·4분기 40.41%로 높아졌다.

가계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성장 위주 정책이 낳은 부산물.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년말 41.3%(183조원)에 불과했지만, 6월말 70.6%(397조원)로 크게 늘어나 자산 가격 거품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영태기자

■ 환란주역 지금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정확히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환란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정·재계 인사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외환 위기 실상을 축소 보고해 환란을 초래한 것으로 지목돼 법정에 섰던 강경식(姜慶植) 당시 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경제수석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정책 실패'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났다. 1심에 이어 10월 중순 항소심에서도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강 전 부총리는 동부그룹 김준기(金俊起) 회장의 부친인 김진만(金振晩) 전 국회부의장때부터 이어 온 인연으로 2000년8월 동부그룹 금융부문 회장으로 현업에 복귀,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등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2000년10월 기업정보제공 벤처기업인 와이즈인포넷 회장직을 맡다 지난해 4월부터는 법무법인 세종의 부설 시장경제연구원에서 활동중. 지난해 2월에는 KBS 교향악단 객원 지휘자로 깜작 등장,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경식(李經植) 당시 한은 총재는 이들과 함께 '환란 3인방'으로 지목됐지만 외환 위기의 심각성을 사전에 보고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은 면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가 스탠퍼드대 초빙연구원으로 지냈으며, 현재는 고려대 석좌 교수 및 21세기경영인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환 위기의 결정적 계기가 된 한보·기아 사태의 두 주역 정태수(鄭泰守) 김선홍(金善弘) 전 회장은 각각 징역 15년과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모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는 상태.

한편 97년 당시 '통치자'로 군림했던 미셸 캉드시 IMF 총재는 2000년 총재직에서 물러난 뒤 지금은 프랑스 최대의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전망 및 정보연구소(CEPII)'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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