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소비자들은 국제 원유가격이 내려도 휘발유가는 제자리이고, 반대로 원유가가 오르면 휘발유가는 급상승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복잡한 가격결정 요인과 유통구조 때문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양측의 인식차를 좁히기 위해 먼저 가격결정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가, 환율, 시장경쟁 상황에 연동된다. 또 가격 변동요인은 원유 도입기간과 수송기일을 감안해 변동이 일어난 다음달에 반영된다. 소비자들 체감하는 가격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11월 원유가격과 환율의 변동은 12월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10원 상승하면 휘발유 ㏄당 2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당 13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정유사-수입석유상 간의 판매경쟁도 가격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에는 5%, 수입상이 사오는 '석유제품'에는 7%의 관세가 붙는다. 따라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2%포인트에 불과한 셈이다. 때문에 휘발유의 경우 수입상들은 정유사에 비해 ㏄당 약 50원의 가격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을 조정할 때마다 소비자의 체감유가가 변하지 않는 이유에는 주유소들의 굼뜬 행동 탓도 크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공장도가를 내려도 이를 단순 참고사항으로만 간주하고, 실제 판매가격은 경쟁 주유소간 가격, 손익상황, 경영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유소의 판매가는 지역·노선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그 지역의 소득수준, 소비패턴, 시장규모, 주유소 숫자, 세차 등 서비스시설, 부동산 가격, 폴(정유사 상표)제 여부 등을 고려해야 싼 주유소를 찾을 수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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