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방식 재협상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통합21 간의 갈등이 19일 밤 비공식 접촉을 계기로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합의를 무산 위기로 내몬 요인들을 제거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우선 양측은 단일화 결정과정에서 여론조사 방식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여론조사 방식 유출 파문 등을 둘러싸고 상호 신뢰에 금이 가 있는 상태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양측의 단일화 의지다. 이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후보단일화협의회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단일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방식 신경전
여론조사 재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이끌어내려는 샅바싸움 측면이 있다. 통합21이 여론조사 방식 유출을 놓고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대국민 선전전을 통해 정 후보의 수세 국면을 탈피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통합21은 "여론조사 기관과 시기 조정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21은 조사기관수를 늘려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 비율 이하로 나오는 조사는 무효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측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이미 마련됐으므로 조사기관과 시기에 대해서만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통합21이 문항 수정까지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21은 "문항 수정을 요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우리 요구대로 이회창 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이 판정기준으로 이미 채택돼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측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정 후보보다 노 후보를 손쉬운 후보로 판단, 교란에 나설 가능성을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노 후보측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오히려 정 후보를 쉽게 생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일화 의지와 신뢰 문제
정 후보측은 겉으로는 단일화 의지 불변을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측은 단일화 파기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일정이 촉박해 단일화가 자동 폐기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분위기이다. 노 후보측의 다수는 단일화 합의 이후 노 후보의 지도력이 회복된 점에 주목하면서 단일화를 계속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측 일부에서도 정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럴 바에 단일화 무산도 각오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 유출로 비롯된 신뢰 문제가 증폭된 것도 걸림돌이다. 정 후보측은 여론조사 유출 사건과 함께 단일화 합의 직후 민주당이 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자 정 후보는 이에 맞서 후단협 등 반창·비노 세력과의 연대에 적극 나섰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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