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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가지마다 눈꽃이 피고…

입력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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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은 '눈'과 떼어서 얘기할 수 없다. 오직 흰색으로 빛나는 산천은 이 계절의 축복이다. 이미 강원 산간지역에는 눈이 내려 나무마다 눈꽃이 열렸고, 눈이 내리지 않았더라도 높은 봉우리에는 구름과 안개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기는 상고대가 피었다. 마냥 눈꽃 세상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나서자.■덕유산(전북 무주군)

덕유산(1,614m)은 겨울 산행의 명소다. 10월 말부터 3월 초까지 겨울이 머물다 간다. 산행은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매표소에서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약 9㎞. 오르고 내리는 데 6시간 가량 걸린다.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때 백련선사가 숨어살던 곳. 흰 연꽃이 솟아 절을 세웠다고 한다. 108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고 왼쪽으로 맑은 샘물이 있다. 덕유산은 물이 귀한 산. 수통에 물을 채워야 한다.

백련사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로 접어든다.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가 워밍업 코스라면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 힘들다. 약 4㎞에 불과하지만 대단한 인내를 요구한다. 발걸음과 보조를 맞춰줄 냇물 하나 없다. 미끄러운 흙길과 계단만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매운 겨울의 맛이 이럴 것이다.

8부 능선쯤에서 산의 모습이 바뀐다. 힘든 산행에서 변화를 맞는다는 것은 반갑다. 나뭇가지들이 새하얀 잎을 달고 있다. 상고대가 핀다. 뽀얗게 가지를 덮은 하얀 잎은 높이 오를수록 무성하다. 9부 능선쯤 됐을까. 눈이 내린 것처럼 천지가 완전히 하얗다. 막바지 산길은 상고대의 위안으로 힘들지 않다.

힘을 줄이는 트레킹 코스도 있다. 향적봉 아래 설천봉까지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타면 20분 산행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덕유산국립공원관리소 (063)322-3174.

■속리산(충북 보은군)

"도(道)는 사람을 멀리 하지 않는데, 사람은 그 도를 멀리 하려 하고, 산(山)은 속(俗)과 떨어지지 않는데, 속이 산과 떨어졌다."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이 속리산(1,058m)을 보고 지은 시이다. 이렇든 속리산(俗離山)은 '세속과 떨어져 있는 산'이다. 우리 국토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산은 과거 접근하기도 녹록하지 않았다.

이제 속리산이라는 이름은 친근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이품송과 법주사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한때 수학여행의 단골 행선지였다. 그러나 친근한 만큼 속리산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 산 아래에 머물다 가기 때문이다. 직접 올라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가는 이는 드물다. 역시 속리산은 세속과 여전히 멀다.

속리산은 해발 1,058m의 최고봉인 천황봉을 필두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장대, 관음봉, 묘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법주사의 동북쪽으로 호를 그리면서 이어져 있는 산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그 모양새를 진정으로 느낄 수 없다. 그냥 부드러운 육산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리산은 험한 돌산이다. 속리산 산행의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는 법주사-문장대 왕복코스 혹은 법주사-문장대를 거쳐 산 건너편의 오송폭포로 내려오는 길이다. 문장대에서 천황봉 쪽으로 진행하다 신선대에서 경업대를 거쳐 하산하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속리산국립공원관리소 (043)542-5267.

■태백산(강원 태백시)

민족의 영산이다. 그래서 신년이면 해맞이 인파로 가득 찬다. 주봉인 장군봉은 1,567m. 그 옆으로 문수봉(1,517m)이 이어져 있다. 고도는 높지만 해발 800여m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데다 험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꼭대기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고 중심계곡인 당골계곡에는 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이 있다.

기왕에 태백산에 오른다면 새벽산행을 하고 꼭대기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좋다. 태백산의 일출은 세 가지의 모습이다. 발 아래 구름이 끼었을 때에는 해가 운해 위로 떠오른다. 장엄하다. 비교적 날씨가 좋으면 태백시, 삼척시, 경북 울진군의 굵직한 연봉들 사이로 떠오른다. 계단처럼 이어진 봉우리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날씨가 아주 좋으면 동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직접 본다. 행운이 따라야 한다.

태백산에 오르는 코스는 크게 3가지. 유일사 코스, 백단사 코스, 당골 코스 등이다. 유일사로 올라 정상과 문수봉을 둘러보고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약 11㎞, 5∼6시간이면 족하다. 태백산에는 모두 5곳에 절이 있는데 유일사와 9부 능선의 망경사가 유명하다. 유일사는 깊은 계곡을 비집고 터를 잡았다. 물건을 삭도로 운반할 정도로 주변의 절벽이 험하다. 계곡 사이로 오롯하게 비치는 절집이 운치가 있다. 망경사는 다리품을 팔아야 구경할 수 있는 절이다. 절 앞에 동해바다와 통한다는 샘물이 있다. 태백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33)550-2741.

■대관령옛길(강원 강릉시)

대관령에는 모두 3개의 길이 있다. 지난해 개통된 새 영동고속도로와 이젠 옛길이 되어버린 옛 고속도로(456번 지방도로), 그리고 찻길이 나기 전에 동서를 연결하던 진짜 옛길이다. 진짜 옛길은 트레킹 코스로서의 역할만 하지만 겨울에는 각광을 받는다. 설화가 장관이기 때문이다.

옛날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지점인 반정(半程)에서 대관령박물관이 자리한 강릉시 어흘리까지 5㎞ 구간이다. 구대관령휴게소에서 옛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구불구불 1㎞ 정도를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대관령옛길'이라는 비석이 보인다. 이곳이 반정이다.

트레킹은 반정에서 강릉시 어흘리까지 내려가는 방법과 어흘리에서 올라오는 방법이 있다. 1시간 40분 남짓이면 주파하기 때문에 왕복 트레킹을 시도해도 무리가 없다. 중간지점에 옛 여행객이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던 주막터가 있다. 주막터 아래로는 맑은 소리를 내는 계류가 얼음 밑을 흐른다.

대관령 부근에는 눈꽃 트레킹의 명소가 또 있다. 대관령 북쪽 황병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선자령고갯길이다.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북쪽의 대관사를 거쳐 해발 1,157m의 선자령에 올랐다가 내려온다. 왕복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관령 눈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겨울의 진풍경인 황태덕장을 보너스로 구경할 수 있다. 짧은 기간 햇볕에 건조한 북어와 달리 황태는 얼고 녹는 것을 반복하며 3개월 이상을 말린 것. 구수한 맛이 일품이어서 강원 산악지방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됐다. 대관령 서쪽의 평창군 횡계리에 황태덕장이 널려있다. 강릉시청 관광개발과 (033)640-4545.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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