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옌타이(烟台)시에는 한국기업 1,500여개가 진출해 있다. 옌타이시는 인접한 칭따오(靑島)와 함께 한국촌을 형성, '중국의 LA'로 불린다. 이곳에 한중수교 원년인 1992년 진출한 코넥스는 산둥성 정부가 지분투자를 할 만큼 성공한 기업이다. 전자제품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수정진동자를 월 1,000만개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다.10년째 코넥스를 이끌고 있는 송충규(宋忠圭·58·사진) 사장은 "중국도 한국과 다를 게 없다는 각오로 일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제도·관행도 한국처럼 까다롭고, 기업을 성공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지 적응을 거쳐 초기 120만 달러가 투자된 회사는 자본금이 2,7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 진출기업으론 처음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송 사장은 "중국을 어수룩한 나라로 보고 투자한 사람들은 실패하고 돌아갔다"고 목격담을 전하면서 "이곳 사정을 사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코넥스는 임금수준, 지방정부의 적극성, 한국과의 거리, 해풍이 적은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옌타이에 자리를 잡았다.
송 사장은 특히 "92년에는 중국이 한국에 비해 20년은 뒤졌지만, 지금은 대등하거나 그 차이가 수년에 불과할 만큼 좁혀졌다"면서 과거와 다른 중국 접근법을 주문했다. 중국말로 '관시(關係)'라고 하는 인간관계(인맥)의 중요성만 해도 과거에는 이를 통해 안 되는 것이 없었지만, 지금 관시에 매달리면 오히려 여기저기 약점만 남긴다는 것. 그러나 싼 임금과 함께 어렵지 않은 노사관리는 여전히 장점이라고 했다.
청호컴퓨터가 모회사인 코넥스는 국내 인건비 상승을 피해 중국에 진출한 사례다.
송 사장은 "매일같이 한국 기업인들이 투자문의를 해온다"면서 "해외기업을 유치해야 할 한국 입장에서 국내기업이 중국으로 달려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기업하기 힘든 한국의 상황을 아쉬워 했다.
/옌타이=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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