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디플레이션(저물가속 경기침체)이냐, 점진적 회복이냐를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최근 한국 미국 일본 증시가 3각 행보를 하고 있다. 일본은 거품붕괴 이후 가라앉은 경기를 회복하기위한 특단의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닛케이지수가 연일 하락, 1983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는 정보기술(IT)주들이 의외로 선전하며 바닥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증시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좁은 박스권에 갇혀 지리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다우지수를 밑돈 닛케이
19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8,300선이 붕괴되며 8,365.26엔으로 마감, 이달 14일부터 4거래일째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8486.6)보다 낮았다. 이는 45년 만에 벌어진 일로 닛케이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89년 12월 3만8,916엔과 같은 날 다우지수 2,753 격차가 3만6,000포인트나 벌어졌던 것이 13년 만에 뒤바뀐 셈이다.
미국 경제는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더 강해진 반면 90년대 초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은 최근 부실채권 처리와 정부의 개혁정책이 좌초될 위기를 맞으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미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와 전쟁우려 속에 하락과 상승을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10월초 이후 반등장에서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등 기술주들의 강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조정 후 재상승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증시
한국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640∼680선, 코스닥 47∼50선의 좁은 박스권에서 지리한 횡보를 하고 있다. 주식을 살 사람도, 팔 사람도 없는 가운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매에 좌우되는 허약한 모습이다.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논란 등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와 증시를 답답한 박스권에 가둬놓고 있다.
LG투자증권 이덕정 금융시장 팀장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경직성이 해소되고 기업 실적도 개선됐지만 가계 대출 과잉에 따른 신용 위기와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 북핵 문제 등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상당기간 투자자들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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