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C대학 A 교수는 최근 신입생 유치를 위해 모교를 찾았다가 은사로부터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던 네가 어쩌다가…"라는 위로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신입생 확보실적이 승진, 보직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며 "실적이 저조하면 회의에서 공개망신을 당하는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올 대입정원(전문대 포함)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한 '대입정원 역전' 원년을 맞아 지방대들이 필사적인 신입생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교수직이 걸린 신입생 확보전
가장 큰 문제는 내달 초 정시모집을 앞두고 대부분의 지방대 교수들이 마구잡이로 신입생 유치전선에 내몰리는 바람에 수업 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 또 다른 지방 C대 모 학과장 교수는 "1학기부터 매달 한번 꼴로 입시설명회에 매달렸고 수능이 끝나고는 매주 한차례씩 고교·학원을 방문한다"며 "수업이니 연구니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말이 돼버린 지 오래"라고 고개를 떨궜다.
"서울과 수도권까지 원정 다니며 학생들을 '구걸'하고 있다"는 중부지역 대학의 L 교수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신입생 유치목표가 정해져 있어 괜히 학교 안에 남아 있으면 눈치보이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최근 영남지역 K대 총장이 '올해 정원 미달되는 학과는 곧바로 폐과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상당수 비인기 학과 교수들은 교수직 상실에 대한 공포마저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학원에 향응도 불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유치를 조건으로 고교에 학교발전기금을 약속하거나 진학담당교사에게 공공연히 향응을 제공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모 대학은 고교를 돌며 "입학 학생수에 따라 상위 70개 고교 주임교사들에게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교육용 학습자재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공연히 홍보하고 있으며, 호남지역 모 대학 교수는 "인근 대학이 신입생 입학금의 50%를 해당고교와 진학담당교사에게 돌려주겠다고 제의했다는 얘기를 해당 교사들한테 전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입시학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모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방대 교수들이 무작정 찾아와 학생 유치를 부탁하면서 돈봉투를 놓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고교교사 간담회와 입시설명회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장소로 변질했다는 소문이 돌아 교육당국이 진상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병주 책임연구원은 "그런데도 올해 지방대 4곳이 늘어났다"고 교육정책 부재를 꼬집은 뒤 "지방대 내실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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