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의 약속을 믿어야 하나.' 대 이라크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는 것을 지켜보는 쿠르드족의 눈길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국제외교의 현실 속에 미국에게 또다시 버림받지나 않을까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미국에게 쿠르드족은 전쟁 수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7만 5,000명 수준의 쿠르드 반군은 후세인 축출작전의 최전선에 투입될 정예병들이다. 또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힌 전세계 쿠르드 망명집단은 포스트 후세인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라크를 비롯해 이란, 터키, 아르메니아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쿠르드족의 인구는 2,500만 명. 한번도 자기 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역사의 변방에서 갖은 핍박과 수모를 겪어 왔던 쿠르드족에게 이번 이라크 전쟁은 독립을 얻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독립을 향한 쿠르드족의 꿈은 미국 실리외교의 볼모로 이용된 쓰라린 전력이 있다. 1970년대 이라크-이란 국경분쟁 당시 미국이 뒤를 봐 주던 팔레비 왕조와 협력했던 쿠르드족은 두 나라의 평화협정 이후 미국이 태도를 돌변, 지원을 끊는 바람에 이라크의 보복공격으로 수 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91년 걸프전 이후에도 미국의 은밀한 요청에 고무돼 후세인에 반기를 들었던 쿠르드족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발을 빼는 바람에 또다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미국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쿠르드족들은 "이번에는 우리가 무엇을 얻게 될까"라는 자조섞인 반문을 던지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