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의 후보단일화 협상과 관련,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16일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직후 두 가지 경우의 득실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정 후보보다는 노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나를 꺼리고 있다"는 정 후보측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억지는 아닌 셈이다.한나라당은 이런 판단의 첫번째 논거로 후보 단일화 이후 표의 이동 양상을 꼽는다. 18일 여의도 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로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정 후보 지지자의 40%가 노 후보 지지로 옮겨갔으나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도 20%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노 후보 지지층의 50%가 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지만 이 후보에게 옮겨 오는 비율은 10%에 그쳤다. 후보단일화 이후 지지도 상승폭이 노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낮을 것이란 예측이다.
두 번째는 반창(反昌) 세력을 결집할 두 후보의 능력 차이이다. 노 후보의 이념적 성향 등에 비추어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탈당파,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대표 등 제3세력을 아우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이는 노 후보의 득표력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정치적 색채나 지지 기반이 상당 부분 겹치는 정 후보보다는 모든 면에서 이 후보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노 후보가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을 보혁 대결로 몰고 가면 보수가 이기는 게 우리 선거풍토"라며 "DJ와 묶어 정권교체론을 강화하는 데도 노 후보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민경선 선출 후보라는 명분과 전국적 당 조직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는 등 노 후보의 잠재력 또한 만만치는 않지만 앞에 지적된 '약점'을 상쇄하기에는 모자라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난항하고 있는 후보단일화가 27일 후보등록 직전 대타협을 통해 극적으로 성사될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서기 위한 세 확산을 서두르고 있다. 19일 박근혜(朴槿惠) 의원 영입에 이어 공을 들이는 거물급은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다. 심 지사는 자민련 김 총재와의 관계 때문에 행보에 제약이 있으나 김 총재가 먼저 특정 후보 지지 등 정치적 선택을 하면 이 후보 지지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K의원과의 물밑 대화도 진행 중이나 최근 교섭단체 추진 움직임으로 일단 제동이 걸렸다. 또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송광호(宋光浩) 의원은 금명간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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