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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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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치 연설

입력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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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끝날 무렵 미국의 타임지는 '세기의 4대 명연설'을 선정한 적이 있다. 먼저 대공황기에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공포 그 자체"라고 역설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취임연설(1933년)이 꼽혔다. 처칠 영국 총리의 나치에 대한 전쟁 독려사(40년)와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어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연설(61년)이 뒤를 이었다. 다음은 흑인 목사 마틴 루터 킹의 "내게는 꿈이 있다"(63년)는 연설이었다. 서운하게도 모두 영미권의 연설이었다.■ 문학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의 두 연설이 백미일 것이다. <시저의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분에게 말하겠소. 시저에 대한 브루투스의 우정도 그분 못지않다고. 아마 물을 것이오. 브루투스는 왜 시저에게 역모를 했느냐고.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오.>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울부짖을 땐 시저도 함께 울었소. 야심이란 더 냉혹한 마음에서 생기는 법.…오, 분별력이여! 그대는 금수(禽獸)에게 도망쳐 버리고 사람의 이성은 눈이 멀었는가.> 시저를 살해한 브루투스와 그 반대편에 섰던 안토니우스의 연설이다.

■ 극장가에 셰익스피어의 계절이 왔다. 다음달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 '십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이 잇달아 공연되고 있다. 그 마지막을 원로배우 장민호씨가 시저로 출연하는 대작 '줄리어스 시저'가 장식하게 된다. 시저의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대사로 더 유명한 이 연극의 커다란 매력은 예리한 성격묘사와 함축적인 정치 대사에 있다.

■ 지금은 대선의 계절이기도 하다. 철새 정치인의 어지러운 날개짓 소리에 "브루투스…" 라는 한탄사도 자주 들려왔다. 그 가운데 처음으로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이 모색되고, 후보들 간의 합동토론회도 기다리고 있다. 뜨거워진 정치 유세와 그 후의 취임식에서 감동적인 사자후라도 듣기를 기대한다. 명연설은 모두 위기극복 과정에서 탄생되었다. 하지만 잊지 말 것이 있다. 연설의 감동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엄정한 진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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