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19일 하루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양측은 이날 아침부터 서로 으르렁거리며 상대방에 대한 온갖 불신을 드러냈다. 분위기는 오후6시부터 2시간30여분동안 진행된 양당 대표 접촉이 끝난 뒤 반전됐다.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각각 내부의 강경기류가 여전한 데다 서로에 대한 회의와 의심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국민통합21 민창기(閔昌基) 유세본부장은 이날 저녁 만나 "후보단일화 원칙은 불변"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민 본부장은 "단일화가 깨지면 둘 다 죽는다"며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울산에서 국회의원도 안 되고 노무현(盧武鉉) 후보도 혁신이라고 나대도 이번에 깨면 죽는다"며 단일화 합의 파기의 위험성을 거론했다. 신 실장도 "신의를 깨면 안 된다"며 적극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 뒤 민 본부장은 "일단 결렬 위기는 넘겼다"고 말했다. 신 실장도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을 통해 "앞으로 큰 차질 없이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됐다"며 비슷한 톤으로 언급했다. 민 본부장은 "크고 작은 약속 파기와 관련 민주당측이 적절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회담 결과를 전했다.
회담에서 민 본부장이 여론조사 방식 유출 파문 등과 관련, 민주당측에 항의하자 신 실장은 대체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본부장이 민주당측 협상단 교체를 요구하자 신 실장은 "협상단 일부를 교체하기 보다 협상 창구의 수준을 바꾸면 되는 게 아니냐"며 사실상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 20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각 당으로 돌아가 선대위 지도부에 보고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양측이 회담을 통해 실제보다 증폭된 오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여론조사 방식 유출과 관련한 통합21의 사과 요구에 대해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유감표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본부장은 통합21의 온건협상파여서 이날 저녁의 유화적 분위기에 정몽준 후보의 의중이 어느 정도 실린 것이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통합21 김행(金杏) 대변인은 "실무접촉을 통해 우리측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므로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며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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