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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목소리]"수능 자살"의 주범은 학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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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목소리]"수능 자살"의 주범은 학벌사회

입력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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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이 끝난 뒤에도 어김없이 또 하나의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울산에 사는 한 재수생이 수능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왔다며 비관해서 투신 자살한 것이다. 작년보다 점수가 올라갈 것이라는 잘못된 언론 보도가 일차적 원인이라지만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도대체 한 해에 몇 명이나 죽는 것일까? 해마다 반복되는 이 끔찍한 일들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 해지고 있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인간이 왜 사회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되묻는 현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불행이다.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학벌이 지배하고 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들은 권력 있는 높은 자리를 독점하면서 타인을 배척하는 폐쇄집단을 만들고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실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사회 주도층에 들어갈 사람을 '공정하게(?)' 뽑는 장치가 바로 입시다. 매년 치러지는 대학입시가 사회 주도층이 될 것인지, 아니면 평생동안 차별을 받으며 살 것인지, 한 인간의 사회적 계급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몇 개 대학이 사회의 권력을 독점하는 한, 학생을 죽이는 입시 경쟁은 계속될 것이며 학생들은 사회 주도층에 들어가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울 것이다. 물론 자살하는 학생들도 계속 나올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서열을 깨뜨려야 한다. 몇몇 대학에 독점된 사회 권력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 매년 학생들이 자살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학생들이 나약해졌다', '인성교육을 하자', '청소년에게 삶의 존엄성을 알려주자' 등의 이야기만 반복해왔다. 오히려 자살한 학생을 탓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학생들의 죽음에 이토록 무관심하지는 않다. 더 이상 입시가 일류대학에 들어갈 사람과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 '죽음의 선발장치' 가 되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목숨을 더 이상 앗아가서는 안 된다.

이안승진 학벌없는사회(antihakbul.jinbo.net) 전국학생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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