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을 하다 IMF관리체제 이후 폐품 수거일을 하고 있는 송영오(64)씨를 보면 '신체의 노화와 나이는 별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그는 모 방송프로그램 의뢰로 실시된 신체 검사에서 30대의 체력으로 판정받기도 했다. 6년 전 아내와 함께 시작한 그의 인라인스케이트 실력은 묘기에 가까운 수준이다.나이 들어서 꼭 필요한 것은 건강과 노후를 함께 할 동반자인 것 같다. 몸이 불편해 자리에 드러눕거나 외롭다고 호소하면 당장 자식에게 부담이 된다. 자식들이 부모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자식사랑 아닐까.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정년 이후를 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내와 함께 6년 전에 시작한 인라인스케이트로 건강을 지키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건축업을 했던 나는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즐겼다. 아들이 대학에서 아이스하키선수를 하고, 며느리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덕에 온 가족이 모이면 함께 운동을 하면서 가족애를 나눈다.
원래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아들 부부를 따라 스키를 탔지만 나이 탓인지 몸이 따라 주지않는 것을 느꼈다.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재미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인라인스케이트로 눈을 돌렸다. 요즘은 새벽 6시에 아내와 나란히 눈을 떠서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향해 집을 나선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보니 이제 올림픽공원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조깅을 하러 나온 부부나 노인들이 우리 부부가 30㎝ 간격으로 앞뒤로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달리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취미가 같으면 부부사이가 화목해진다. 호흡도 잘 맞다. 6년 동안 매일같이 광장을 15바퀴 씩 돈 결과, 아내는 몸무게가 68㎏에서 54㎏까지 줄었고 신경질이 많던 성격도 편안해졌다.
5년 이상을 타고나니 나도 완전히 달라졌다. 몸에 유연성도 생기고 허리사이즈도 29인치가 됐다. 금년 초 유별난 노인으로 알려진 덕에 모 방송사의 의뢰로 건강나이를 측정한 적이 있다. 심전도검사 초음파검사 영양상태 검사 등을 거쳐 내려진 건강나이는 37세. 검사를 맡은 의사는 20대와 함께 운동을 해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특히 신체의 유연성과 폐활량을 기르는 데 탁월한 운동이다. 올림픽공원에서 우리 부부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다. 타고는 싶지만 자녀들이 "부모님이 그런 운동하다가 뼈라도 부러지면 어떡하시냐"고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망설이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에게는 인라인은 두 발로 서는 것이 어렵지만 일단 균형감을 익히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며 즉석 강사 노릇도 많이 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분들이 30여명. 2년 전 올인동호회를 발족해 회장을 맡았다. 우리 동호회 고문 신석균(71)씨는 부부가 같이 타시는데 인라인스케이트 마라톤 대회에서 최고령상을 받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리가 아파 고생하셨는데 지금은 신경통과 관절염이 말끔히 나았다고 하신다. 이번 여름에는 중국여행을 갔을 때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만리장성을 거뜬히 오르셨다.
나도 6년 전 포기했던 스키에 올인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지난 해 다시 도전했다. 60대의 노인들이 '무슨 스키냐'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습을 받았고, 대부분의 회원들이 슬로프를 타고 내려 오는데 성공했다. 인라인스케이트로 길러진 균형감각 덕분이리라. 인라인을 열심히 한 여성회원들은 아랫배가 들어가고 구부정한 자세가 고쳐졌다고 자랑한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삶의 활력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좋다. IMF관리체제때 하던 일을 일단 접었지만 뭐든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폐품 수집 일을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 재활용추진위원장을 맡아 일주일에 3일, 아파트단지내의 폐품을 수집, 고물상에 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은 노인회에 보내고, 우리 부부의 용돈으로도 쓴다. 한 달에 60톤 이상 폐지나 박스 등을 수거해 분리, 활용하는 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다.
폐품 수집하러 아파트단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일이 힘겨울 때도 많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니 운동도 겸해 일거양득이다. 남들의 이목에는 개의치 않는다. 인라인스케이트나, 폐품수집 하는 일이나 모두 우리 부부의 즐겁고 건강한 노후를 지켜주는 파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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