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경기를 이끌어 왔던 내수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도 다른 나라들처럼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올 들어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3분기까지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이상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순이익이 갈수록 크게 줄어들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은 2분기에 비해 32.48%, 1분기보다는 45.7%가 각각 감소했다. 2분기에는 전분기에 비해 약 20%가 줄었다. 엄청난 이익을 냈지만 전체의 27.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다. 코스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등록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은 20% 늘었으나 이는 몇몇 대형주의 실적 호전에 따른 것으로 전체의 38% 가량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가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지만, 우리의 경우 순이익 감소 폭이 너무 크고 속도가 빠르다. 지금까지의 실적 호조가 저금리, 외환 관련 이익, 지분법 평가 등 영업외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신기루를 보고 만족했던 것이다.
앞으로의 국내외 전망은 밝지가 않다. 내수와 수출 모두 고전이 예상된다. 소비 심리는 언제 회복될지 알 수가 없고, 세계 경제 또한 예측조차 불허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외부 여건의 도움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의 체질 개선을 방해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이번 실적 결과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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