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후지TV가 공동 제작, 15일 방송한 한일합작 드라마 '소나기, 비 갠 오후'(사진)가 일본어 대사 사용문제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자문기구인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의 지명관 위원장은 16일 강대인 방송위원장, 김중배 MBC사장, 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 이 같은 드라마가 방송된 경위를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위원장은 2월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가 방송됐을 때도 이에 항의, 문화부에 사표를 냈다가 철회했었다.지 위원장은 방송위에 보낸 서한에서 "'소나기, 비 갠 오후'는 합작이라고 하면서도 완전히 일본이 주도한데다 그들의 한국 진입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라며 "방송위는 정부나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후에 문제가 되면 심의를 통해 제재하겠다'며 방송을 허락,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부와 자문위원회는 드라마 방송 전 "일본어 대사 방송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의견을 방송위에 보냈다.
소원영 MBC PD와 다지마 다이스케 후지TV PD가 공동 연출한 '소나기, 비 갠 오후'는 의문사한 오빠의 죽음을 규명하러 한국에 온 일본인 여동생과 한국인 형사가 사랑을 키워간다는 내용. 한국(지진희, 한희)과 일본(요네쿠라 료코, 나카무라 도오루) 배우가 공동 출연한 이 작품에서 두 나라 배우간 대사는 영어로 이뤄졌으나 일본인 배우의 독백이나 대사에서는 일본어가 사용됐다.
지 위원장은 드라마의 내용도 문제 삼았다. 그는 MBC에 보낸 서한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한일의 남녀만 사랑하면 된다는 식의 드라마가 계속되는데 이는 일제 말기의 황민화(皇民化) 영화와 너무나 흡사하다"며 "이것이 바로 일본 우익이 의도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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