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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장인 이석구씨·정양모교수 손잡아/ "채화칠기로 한국의 色 되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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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장인 이석구씨·정양모교수 손잡아/ "채화칠기로 한국의 色 되살립니다"

입력
200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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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 수액을 이용한 칠(漆)공예, 특히 자개로 문양을 박아넣는 나전(螺鈿)칠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공예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한때 내로라하는 대갓집 마님의 상징이었던 자개농이 수입가구에 안방을 내주면서 칠 공예 전반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지 오래다.전통 칠기기법을 잇되 다양한 색을 넣은 '채화(彩畵)칠기'로 칠공예의 옛 영광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칠기 장인 이석구(李錫九·57) 동원공방 대표가 주인공이다. 20여년 홀로 채화칠기 연구에 매달려온 그의 작업은 올 초 후원자로 나선 공예연구가 정양모(鄭良謨·68) 경기대 석좌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도움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친척의 공방에서 칠기를 배운 이씨는 타고난 손재주 덕에 제법 큰 돈을 벌었으나 1981년 부도로 전 재산을 날렸다. 맨손으로 다시 시작하며 눈을 돌린 것이 채화칠기다. "왜 칠기는 검거나 붉은 색이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옛 문헌을 뒤지다 고려 이전까지 채색칠기가 성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이씨는 자개를 빽빽이 박는 기존 기법에서 탈피해 자개로는 문양의 테만 두르고 옻에 갖가지 안료를 섞어 색을 넣거나 채칠만으로 그림을 그려 장롱 문갑 팔각함 따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은 여느 채색과 달리 마르는데 최소 2, 3개월이 걸리고 건조 후에도 계속 색이 변하기 때문에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나전칠기로 돈을 벌어 채화칠기 연구에 쏟아붓기를 20여년. 그의 노력이 알려져 올 초 후원단체인 '채화칠기를 사랑하는 모임'이 발족하면서 그의 작업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회장을 맡은 정 교수는 "이씨의 작업은 전통 칠 공예의 일대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면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수, 한국적인 색과 문양 찾기의 조언자를 자청했다. 정 교수는 "한복이나 민화 등에서 보듯 보색 대비를 많이 쓰되 샛노랑 샛빨강이 아니라 은은한 색으로 화사하게 조화되도록 하고 짙은 색으로 한 두 군데 액센트를 줘야 한국적인 미감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양도 사실적 묘사보다는 단순하면서도 해학이 넘치도록 꾸밀 것을 권한다. 이씨는 정 교수의 조언에 따라 안료 배합을 달리해 새로 색을 개발하고, 고구려 벽화나 민화 등에서 따온 문양을 이용한 새 디자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씨는 12월10일 모임 회원들을 초청, 새롭게 탄생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은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이씨는 "내년에는 정식 작품 발표회를 열고 해외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채화칠기를 일본 칠 공예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 육성 등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문화재 관련 기관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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