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뉴 스토리 II'로 1년 만에 돌아온 이기찬(23)은 핼쓱해 보였다. 지독한 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첫 타이틀 곡 제목이 '감기'이기 때문일까. 지난해 박진영 작곡의 '또한번 사랑은 가고'가 빅 히트하면서 비로소 스타로 발돋움한 이기찬이기에 새 음반을 만들면서는 끙끙 앓았을 법도 했다.5월부터 곡 작업을 시작하며 전에 없이 고민을 많이 했다. 기대 이하였던 1,2집과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전작 사이에는 무언가 분명 다른 점이 있을 터였다.
"그 전에는 노래좀 한다고 기교를 많이 부렸는데 지난 음반부터 솔직하게 부른 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편하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처음으로 듣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곡을 썼다. "발라드는 노랫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을 찾다 '감기'를 만들었다. 9·11테러 때 비행기 승객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시간은 모든 걸 잊혀지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걸 기억하게 하죠'도 마찬가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마음 아픈 것이 꼭 감기 걸렸을 때 목이 붓고 머리 아픈 것 같잖아요.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것도 비슷하고요." 발라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지만 노랫말을 듣다 보면 공감이 간다. 언제나 사랑의 기쁨보다 아픔을 노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쁨보다는 아픔을 겪을 때 더 노래와 가까워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음악적으로는 '또한번 사랑은 가고'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다. 깔끔하고 세련되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하는 부분 외에 좀더 확실한 포인트가 있었더라면 노랫말의 느낌이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후속곡인 디스코 리듬의 '고백하는 날'은 창법에 대한 고민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새로운 느낌을 내보려고 가성을 쓰기로 했고 가성에는 비지스류의 디스코가 가장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그의 의도대로 보컬에서 이기찬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심한 율동"도 곁들이겠다고 한다.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겠다"고. "망가지지만 않는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긴 하지만 콘서트에서 발가락이 부러지는 바람에 중단했던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적어도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목소리가 "노래를 맛있게 전달한다"는 자평처럼 모두에게 인정 받기 전까지는.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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