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 4세대 지도부는 노선·권력 투쟁을 통해 집권한 것이 아니라 앞 세대에 의해 육성된 세력이다. 따라서 독자적 정치개혁보다는 장쩌민(江澤民) 노선의 연속성과 안정적 관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하지만 경제발전과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 사이의 모순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치개혁은 불가피하다. 일당독재의 경직성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가 수행할 정치개혁의 큰 틀은 江 주석이 이미 3개 대표론을 통해 마련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출현한 자본가 등 새로운 사회세력을 수렴함으로써 공산당의 계급적 기초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부패가 당 간부 등 관료부패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자본가 세력이 당내로 진입할 경우 부패가 제도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가 입당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4세대 지도부는 제도와 법에 의한 통치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도 정비는 권력핵심부의 교통정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江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에 유임함으로써 중국은 '2개의 사령부'를 갖게 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법적으로 당중앙 군사위와 국가중앙 군사위가 병존한다.
胡 총서기는 내년 3월 1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에서 국가주석에 취임하면 국가주석의 당연직인 국가중앙 군사위 주석직을 갖게 된다. 이 경우 江 주석과 胡 총서기가 당과 국가에서 동시에 군 통수권을 갖는 기묘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2000년 중반 군부 소장파들은 당에서 국가로 군 통수권 이양을 주장하는 '군의 국가화'를 제기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2개의 사령부가 존재함에 따라 이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제·사회 분야와 군부의 제도화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세대는 개혁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소장파 학자들은 권력형 부패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체제 성격상 수용되기는 어렵다.
4세대가 관료 출신인 만큼 이들의 집권 정당성은 경제발전에 더욱 의존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지방분권화에 수반될 중앙정부의 권력약화를 최소화하는 것은 4세대 지도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중국 전문가들은 구소련이 4세대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대대적인 개혁 후폭풍으로 붕괴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독재체제가 자기변혁을 하는 순간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세대 지도부에 큰 폭의 정치개혁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는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징검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점진적인 개혁 위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 과정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1989년 6·4 천안문 사태의 재평가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아직은 시기상조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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