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보수 정당인 기민당을 이끌고 총리를 7차례나 지내며 2차 대전 후 이탈리아 정계를 주름잡은 줄리오 안드레오티(83·사진) 종신 상원의원이 20여년 전 언론인 피살 사건 교사 혐의로 17일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보수 정치인들은 사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이탈리아 정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페루자 고등법원은 이날 안드레오티가 1979년 자신에 대한 폭로기사를 잇따라 터뜨린 언론인 미노 페코렐리를 살해하도록 마피아에 청부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안드레오티는 1999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등법원은 또 마피아 단원 가에타노 바달라멘티도 같은 혐의로 24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궐석 재판으로 형을 받은 바달라멘티는 이미 미국에서 30년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페코렐리는 자신이 편집인이던 잡지 OP에 안드레오티를 포함한 정치인 폭로 기사를 써 오다 마피아가 쏜 4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10년 넘도록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93년 안드레오티가 사건에 개입했다는 마피아 정보원 제보로 재수사됐으며 이탈리아 검찰은 항소 끝에 이날 유죄 판결을 얻어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판사들이 보수파에 대해 정치적 편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수당 지도자들도 본말이 전도된 이탈리아 사법부의 현실을 입증하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항고심이 남은 데다 안드레오티가 고령이어서 그가 실제로 형을 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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