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6차 전당대회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알리며 폐막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이른바 '혁명 3세대'가 4세대로 완전 물갈이 됐다. 권력의 핵심인 198명의 중앙위원과 158명의 후보위원 절반 이상이 교체됐고, 평균 연령이 55.4세로 젊어졌다. 공개리에 그러나 소리없이 이뤄지는 중국식 권력이양과 세대교체는 나름대로 하나의 정권교체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의 새 지도자로 부상한 인물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의 인터넷판은 중국에서의 출세 비결로 8가지 덕목을 들었다. 오랫동안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베테랑 기자가 경험에 입각해 작성한 기사다. 서양기자의 눈에 비친 유교전통과 공산주의가 혼재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처세술인 셈이다. 다소의 과장은 있지만 눈 여겨볼 대목이 제법 있다.
■ 제1조는 공산당에 대한 해당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당의 지도방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텐안문(天安門)사태나 티베트 독립운동 등 체제가 위기에 처하면 배짱을 보여줘야 하고, 강경 진압방침을 주도해야 한다. 또 야망의 발톱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가는 살아 남지 못한다. 이를 위해 정치적 식견보다는 첨단 과학지식과 기술을 과시하는 게 좋다. 무색무취한 이과 전공의 지도자가 선호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부유층 및 자본가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하지만 친구를 가려야 하고 향응도 선별해야 한다. 서방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풍기는것도 덕목 중 하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사에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새 지도부가 어떤 기준과 합의를 거쳐 탄생했는지도 외부가 알도록 해서는 안된다.
■ 우리나라도 정확히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끝나면 권력층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파워 엘리트의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다. 한국형 출세의 덕목은 무엇일까. 다 좋지만, 권력의 향배와 눈치나 살피며 줄서기를 하고, 양지만을 찾아 다니는 철새형 만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