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60% 이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던 터키의 이슬람계 정의발전당(AKP)이 16일 온건 성향의 친서방 엘리트인 압둘라 굴(52·사진) 부당수를 총리로 지명했다.그는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 회복과 지속적인 유럽연합 가입 추진을 제시했다.
1950년 터키 중부의 카이세르에서 태어난 그는 이스탄불 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의 경제 전문가다. 83년 이슬람계 복지당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 91년 의회에 진출했으며 97년 축출된 네크메틴 에르바칸 전 총리 정부에서 대외관계 장관을 맡기도 했다.
2000년 이슬람계 미덕당의 온건 세력을 이끌다 지난해 AKP를 창당한 에르도간 당수와 한 배를 탔다. 하지만 굴이 5년 임기의 총리직을 끝까지 수행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정치 분석가들은 굴의 최대 임무가 에르도간에 대한 제재 해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도간 당수는 98년 이슬람 소요 사태로 유죄평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헌법에 의해 총리직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한 AKP가 곧 헌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으로 경계를 받아 온 AKP가 굴을 총리로 내세워 그동안의 극단주의 색채를 희석시킨 뒤 에르도간이 총리에 취임, 본격적인 이슬람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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