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16일 새벽 전격 귀국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재수사 착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현대전자 주가조작 수사는
그러나 검찰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무엇보다 1998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당시의 결론을 뒤엎을 만큼 이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지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이씨가 주가조작을 주도하고 박철재(朴喆在) 현대증권 상무, 이영기(李榮基)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이 실무를 맡았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17일 "당시 정 후보는 자금흐름조차 잘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으며, 현 특수부관계자도 "당시 수사팀 의견 등을 종합해 본 결과 전면적인 재수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달여 남겨둔 시점에 판세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현실적 고려도 있다. 서울지검 형사9부에 배당된 이 사안 관련 민주노동당의 정 후보 고발사건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같은 부서에 배당된 4,000억원 대북 지원설 수사 역시 이씨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 당장은 별 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폭로 내용은
문제는 이씨가 "정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물증을 제시하고, 다른 비리들도 폭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점이다. 현대나 정 후보측은 "그래 봐야 나올게 없을 것"이라고 겉으로는 태연해 하고 있으나, 증권가 등에서는 "이씨가 워낙 정씨 집안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인물인 만큼 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시하고 있다. 어떻든 이씨가 주장의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당장 고발장 제출을 통해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를 바꾸기만 해도 최소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왜 지금 귀국했을까
이씨가 정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간 대선 후보 단일화 합의가 이뤄진 직후 귀국한 데 대해서도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씨가 "한나라당은 물론 정 후보측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음에도 불구, 정치권과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는 추정이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는 상태. 이 밖에 아들 병역문제의 조기 해결과 정 후보 등에 대한 개인적 유감, 현대투신 주식 재매수와 관련된 1,700억원대 민사소송 패소문제 해결 등도 이씨의 귀국 및 폭로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이익치 일문일답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아들 병역비리 문제로 조사를 받고 나온 16일 오후 서울지검 청사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몽준(鄭夢準) 후보에 대해 밝힐 진실이 더 있다"며 "지금은 마이크잡고 동네방네 떠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검찰에서 뭘 조사 받았나
"막내 아들 병역관계만 조사를 받았다. 다 정리됐다."
― 갑자기 귀국한 이유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정 후보의) 주가조작 의혹을 포함해서 다른 진실도 밝히겠다.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진실이 묻히게 된다."
―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있나
"도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주가조작에 돈을 댄 사람과 이를 통해 이익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 자명하다."
― 현대전자 지급보증을 선 일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1,700억원 배상판결을 받았는데.
"정 후보 등 형제들끼리 결정한 일로 현대증권은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
― 자신을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나
"99년 9월 '몽준이를 보호해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간청을 받고 검찰에 출석했다. 이후 그룹 종합기획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기로 했다더라."
― 현대중공업이 정 후보 국회의원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는데
"정 후보가 초선의원으로 당선된 1988년 전후의 결산서를 비교해 봐라. 직원 수에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인건비가 대폭 증가했을 것이다."
― 대선을 앞두고 귀국한 배경이 석연치 않은데
"20년 후 내가 뭘 하는지 두고 봐라. 나는 우리 국민이 잘사는 일 밖에 관심 없는 사람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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