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 시즌이 왔다. 한국스키장사업협회는 올 겨울 스키장을 찾는 스키어가 지난해 400만명보다 늘어난 480여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새하얀 눈을 가르는 스키의 짜릿한 쾌감 뒤에는 온갖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키 슬로프 당 매일 1명씩 무릎 인대 손상 환자가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키 인구 1,000명당 3∼7명이 부상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볼 때 연간 1만∼3만명이 크고 작게 부상한다는 얘기다.■무릎 부상 만성관절염으로 발전
스키로 인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다리와 팔의 관절. 날이 추워지면 관절이 굳어 있어 조그만 충돌에도 쉽게 다친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스키로 인한 부상은 다리(72%), 팔(20%), 복부(3.6%), 머리(3.1%) 순으로 많다. 다리 부상 가운데 무릎 부상이 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무릎 부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통 4∼5일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므로 부상자 자신은 나은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커져서 병원을 찾는 일이 잦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원하 교수는 "20세 이전에 어깨가 빠지는 사고를 당하면 쉽게 재발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3시경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오후 3시경이 가장 피로도가 높은 시간인데다 기온이 올라가 눈이 녹으면서 스키 회전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스키는 다른 운동에 비해 장비에 의한 부상도 많은 편이다. 넘어질 때 바인딩(스키와 신발을 연결하는 장치)이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풀릴 때보다 부상할 확률이 2배나 높아진다. 따라서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키를 타기 전에 반드시 바인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엄지손가락 부상은 스키 폴과 관계가 깊다. 양 쪽 폴을 모두 쥐고 넘어질 때 부상할 가능성은 71%. 폴과 지면의 충돌에 의한 충격이 손목관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넘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폴을 놓아야 한다.
■준비 운동이 필수
스키를 타기 전에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줘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면 갑작스러운 근육 수축으로 인한 근육 경련이 생기기 쉬운데 스트레칭을 이를 예방한다. 평소 운동으로 대퇴부 둔부 복부 근육 등을 강화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장비 점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스키 등 겨울스포츠를 즐기다 다쳐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67.1%가 준비운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무리한 코스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택하고 피로를 느끼면 즉시 중단하는 게 좋다.
사고가 났을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스키장 내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다면 부상 부위를 함부로 만지지 말고, 작은 부상이라고 소홀히 하는 것도 금물이다. 상처 부위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고 부목이나 보조도구를 이용해 부상 상태 그대로 고정시켜 전문 의료진에게 신속히 옮기는 게 중요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스키 부상 예방 10계명
1.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라.
2. 피로하면 즉시 쉬어라.
3. '음주 스키'는 음주 운전 만큼 위험하다.
4. 충분한 체력을 유지하라.
5. 수준이 맞는 슬로프를 타라.
6. 보호장비를 잊지 말라.
7. 스키장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라.
8. 슬로프 눈 상태를 미리 살펴라.
9.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말라.
과거 부상의 공포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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