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16일 대북 성명에 부정적으로 대응할 듯하다. 17일 평양방송 보도는 부시의 성명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강한 불신이 그대로 녹아있다. 북한은 일단 KEDO의 중유 제공 중단 결정을 제네바합의 파기로 간주하는 등 강력 반발할 공산이 커 보인다.평양방송은 이날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어 놓은 침략 타령' '여론조성용 공세'라고 일축한 뒤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대내용인 평양방송의 이 같은 언급은 조만간 외무성 담화 등 공식채널을 통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의 선(先) 핵 포기 요구를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제안'이라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미국이 문서로 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핵 개발 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평양방송은 이날 또 다른 보도에서는 "우리는 핵무기를 포함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수단을 갖게 됐다"고 밝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적 마찰 가능성을 무릅쓰고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한번 밀리면 한 없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특히 "북한 주민들과 우호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힌 부시 대통령의 성명 내용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주민을 분리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마냥 대미 고자세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하긴 했으나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표명했다는 게 중론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충분히 북한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본다"면서 "북한도 이 기회를 놓치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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