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기마민족이 고대 일본의 지배층이 됐다는 '기마민족 정복왕조설'을 주창한 고고학자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씨가 11일 별세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향년 96세.에가미씨는 서기 4∼5세기 동북아시아계 기마민족이 남하해 한반도 남부를 거쳐 일본에 진출, 현지 농경민을 정복하고 야마토(大和)조정을 세웠다는 학설을 1948년에 발표했다. 이 주장은 이전까지 신화에 근거한 천황 중심의 역사해석을 뒤흔드는 것으로 일본 학계에 엄청난 반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마민족설'은 끝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시야에 넣은 패러다임의 확장으로 2차 대전 패전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일본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1930년 도쿄(東京)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에 유학했고 몽골 유목지대에서도 다년간 연구·조사를 했다. 56년 도쿄대 이란·이라크 유적조사단장, 90년 요미우리(讀賣)신문 칭기즈칸 무덤 조사단장을 맡는 등 20여 차례 유라시아 전역에 대한 조사·발굴작업에 참여했다. 일본오리엔트학회 회장을 지냈고 학술적 업적으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고고학은 필드 워크가 기본" "관리직을 맡지 않는 것이 학문을 위한 건강의 비결"이라는 지론을 후학들에게 남겼다.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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