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한국 정치를 가리켜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다"고 했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쉽지 않을 듯 보였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1강2중의 구도로 진행돼 왔던 대선 국면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양자대결의 구도로 급변하고 있다. 법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두 후보간의 TV토론이 성사될 경우 지난 봄 민주당의 국민경선 때처럼 소위 '흥행 대박'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러나 궁극적으로 어느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든 간에 두 사람이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후보단일화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쪽에서 언급한, "유권자들이 원해서",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등등의 이유는 결국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50대 초·중반의 두 후보가 60대 후반의 이회창 후보에 대비되면서 '세대교체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다.
정치행위의 현실적 목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획득하는데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적 논거와 이유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비록 실패했으나 5년 전 정치적 색깔이 전혀 달랐던 김대중·김종필씨가 만나 내각제 개헌을 내세워 DJP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지금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국민 앞에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저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단일화를 꾀한다면, 한순간 여론의 바람을 탈지는 모르겠으나 거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단일화 합의가 '노정야합'(盧鄭野合)으로 실패할지, 아니면 '노몽연합'(盧夢聯合)이 되어 성공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국민의 손에 달렸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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