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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한다" 집단폭행 치사… 경찰서도 농담 10대들 죄의식 상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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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한다" 집단폭행 치사… 경찰서도 농담 10대들 죄의식 상실 "충격"

입력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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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자취방에서 진행된 '여학생 집단 구타살인사건' 현장검증 현장. 홍모(16)양을 폭행 치사한 혐의로 검거된 안모(16)군과 황모(16)군 등 2명은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이들은 현장 검증이 실시되는 동안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이를 드러내고 피식 웃기도 했다. 후회의 빛은 전혀 없었고, "네가 이렇게 하지 않았냐"며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눠 경찰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시신 옆에 두고 술 마셔

'남자들 앞에서 잘난 척 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혼숙하며 함께 지내던 여학생에게 몰매를 가해 숨지게 한 10대 팬클럽 회원들의 엽기적인 행각이 충격을 더해가고 있다.

홍양이 숨진 것은 12일 오전 8시께. 30여분간 폭행을 가해 피를 흘리며 홍양이 쓰러져 있는 데도 그대로 방치하다 이날 밤 10시께에야 사망사실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시신을 옆에 둔 채 태연히 술을 마셨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범행 당시 이들의 '폭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홍양이 "뭐든 다 줄 테니 제발 그만 때리라"고 사정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다음날 시신을 자취방에 그대로 방치한 채 폭행 당시 다른 방에서 망을 봤던 안군의 누나 안모(17)양과 김모(15) 라모(15)양 등과 함께 아침부터 외출, PC방 등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구타사망 후에도 사랑타령

이들 중 안양은 사건 후에도 태연히 남자 친구에게 건네 줄 '사랑의 메모장'을 작성했다. 사건 다음날인 13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쓴 메모장에 "너무 보고 싶다. 싸우지 말고 사랑하자"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 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특히 이들은 시신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나자 유기할 계획까지 세웠다. 안양은 친구 박모(17)군에게 "사람을 죽였는데, 박스에 담아 산에서 불에 태워 없애야겠다"며 종이 박스와 장갑, 비닐 등을 가져오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서도 웃고 농담, 죄의식 상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보인 이들의 행동도 관계자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웃거나 한데 모여 농담을 해대 한 경찰관은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개탄했을 정도였다. 안군은 망을 본 여자친구 김양에게 "감옥에 갔다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냐"고 물어보며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려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이민수(李敏秀) 교수는 "상당수 청소년 범죄는 모방적이고 우발적"이라며 "게임 등에서 폭력에 과다 노출된 청소년들이 범행 후 현실감을 상실하거나 미움의 대상이 제거됐다는 만족감에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날 안군과 황군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안양 등 3명은 폭행치사 방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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