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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大·천문硏 남아공 관측소 설립 7개월째/ "남반구 하늘 별들이 우리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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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大·천문硏 남아공 관측소 설립 7개월째/ "남반구 하늘 별들이 우리 눈앞에"

입력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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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볼 수 없는 남반구의 밤하늘을 관측하는 우리 천문학자들이 있다. 연세대 변용익 교수가 이끄는 전천(全天) 탐사프로젝트(YSTAR)팀과 한국천문연구원 한원용 부장이 이끄는 지구접근 천체연구팀이다. 가려진 '절반의 우주'가 우리 천문학자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 것은 7개월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관측소를 세우고 무인자동망원경을 설치했기에 가능한 일. 기상 조건을 혼자 판단하고 혼자 관측해 메일로 영상을 보내는 이 광시야망원경은 우리 천문학자가 가지 않은 새 길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남아공 관측소 4차 원정을 마치고 관측을 본격화한 변 교수가 관측의 임무와 의미에 대해 밝힌다.

인천공항에서 24시간을 꼬박 날아와 아프리카 남단 해변휴양도시인 케이프타운에서 아침을 맞는다. 이 곳으로부터 북동쪽 내륙으로 400여㎞를 더 들어가면 아프리카 최대의 천문관측소 군락인 서덜랜드 천문대가 있다. 포도밭이 이어지는 초원을 지나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고원지대로 들어서는 이 길은 우리 원정팀에겐 이미 익숙하다. 머나먼 이곳에 우리의 관측소를 설치한 지도 이제 7개월. 네 차례 원정을 다니며 학생들도 풍부한 국제경험을 쌓고 있다. 이 연구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첫 과학협력이기도 하다.

이 먼 곳에 관측소를 설치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일년 중 밤새 별을 볼 수 있는 맑은 밤이 우리나라의 3배(300일)에 달하고 주변에 도시가 없어 매일 밤이 칠흑같이 어둡다. 북반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남쪽의 하늘을 연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우리가 추진하는 탐사관측이 가장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남쪽 하늘이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천문우주연구원의 탐사관측 목표는 전체 하늘의 변광성(變光星)과 변광 은하를 목록화하고,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접근 소행성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다. 또 감마선 폭발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 목표 중 하나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천문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이처럼 전체 하늘을 대상으로 고감도의 반복적인 탐사가 이루어진 적은 아직 없다. 선진 외국처럼 우주의 심연을 바라볼 수 있는 대형연구장비가 전무한 우리로서는 작은 시설로 첨단의 일을 해내야 한다. 첨단이 아닌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작지만 경쟁력 있는 광시야망원경과 자동관측시스템을 개발해 본격적인 관측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무인 로봇관측제어는 본 궤도에 올라섰다. 석양이 깔리는 저녁, 관측소 외부에 설치된 기상센서와 하늘감시카메라가 '날이 맑음'을 알리면 관측소 돔이 열린다. 광시야 망원경은 정해진 하늘 구역을 하나 하나 방문하며 초고감도 디지털카메라에 우주의 영상을 담는다. 이 때 관측소의 '수호천사' 프로그램은 시시각각 망원경 상태를 체크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 관측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습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하늘감시카메라는 경보를 울린다. 망원경과 전자회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관측이 종료되면 망원경의 마스터컴퓨터는 중요한 일과를 시작한다. 당일 관측된 영상을 심층분석해 새로운 신성이 나타났는지, 지구접근천체가 발견됐는지 등을 확인해 한국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YSTAR는 이제 남아프리카의 천문학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수백만개의 새로운 변광성을 찾고 그것으로 우리 은하의 구조와 형성과정을 설명해 보겠다는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다른 곳에도 여러 개의 해외관측소를 세워야 한다. 남아프리카 오지에서의 노력은 그 첫걸음이다.

우리의 50㎝ 탐사망원경이 하루의 관측을 종료하고 돔을 닫는 아침마다,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아프리카의 거대한 눈'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11m 망원경의 건설 일과가 시작된다. 서구의 첨단대형연구시설 앞에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매번 있는 일이지만 국민소득 3,000달러의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가 앞장서는 이러한 노력 앞에선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 할지 막연해진다.

/변용익·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 남아공 관측소 무슨 연구하나

우리나라의 남아공 관측소는 막대한 돈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거대 망원경으로 수십억 광년 밖의 깊은 우주를 보는 대신 작고 기민한 망원경으로 넓은 우주를 빠르게 탐색하는 첨단 연구를 하기 위한 것이다. 직경 50㎝짜리 광시야 망원경은 보통 망원경보다 시야가 500∼1,000배 넓어 전체 하늘을 3일이면 둘러볼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지난 10여년간 밤하늘의 1%밖에 관측하지 못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넓은 하늘을 반복해서 관측하면 밝기가 변하는 천체와 위치가 변하는 천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접근 천체를 관측하는 것이 관측 목표다.

연세대 변용익 교수는 "변광성 연구는 우리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 밝힐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한다. 우리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원반과, 원반 전체를 공처럼 감싸는 헤일로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헤일로에 어떤 천체가 얼마나 있는지 등은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변광성을 관측하면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잴 수 있기 때문에 헤일로에 천체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결과적으로 우리 은하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관측된 변광성은 약 4만개. 변 교수는 "앞으로 400만개를 발견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구접근 천체 관측은 '아마겟돈' 등 영화로도 익히 알려진,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현실적 목적을 갖고 있다. 6,500만년 전 공룡 멸종을 야기한 것과 같은 지름 10㎞의 소행성이 다시 지구에 충돌하면 이번엔 인류가 절멸할 차례다.

천문연구원의 문홍규 연구원은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1㎞급 지구접근천체 600여개의 궤도를 확인, 앞으로 50년 내 충돌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밝혔지만 국지적 피해를 줄 수 있는 300m 크기의 소행성은 예상치의 10분의1 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년 내 300m급 지구접근천체를 목록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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