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외인'으로 불리며 족보에서 소외되던 여성이 문중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반갑다. 최근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종친회가 여성 후손도 족보에 등재키로 결정했다. 이 파는 남성 후손만 30여만명에 이르는 큰 문중인데, 1960년 호적법이 발효된 후 호적에 오른 약 20만명의 여성 후손이 새로 족보에 오르는 것이다.여성 후손의 족보 등재는 근래 하나의 진보적 흐름을 형성해 왔다. 광산 김씨 판서공파는 20년 전부터, 김해 김씨 사군파는 95년부터 이를 시행해 왔다. 효령대군파의 여성 후손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폐지가 이런 흐름을 한층 더 촉진하기 바란다.
문중의 변화는 족보편찬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서구에서 인쇄술의 발달은 넓은 계층에게 성경 내용을 이해시켜, 급기야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기술이 발달하면 문화도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필사(筆寫)에 의해 어렵게 만들어지던 족보는 이제 컴퓨터에 의해 손쉽게 제작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딸만 낳고 단산하는 부부도 많아졌다.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시대에 족보에서 딸들을 소외시킬 이유는 없다.
유림도 여성의 족보 등재에 긍정적이라니, 변화가 온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여성 후손의 정당한 권리주장은 족보개혁에만 머물지 않는다. 근래 용인 이씨 사맹공파 여성 후손들은 "종중 재산을 여성 후손에게도 균등분할하라"고 소송을 냈다. 또 고창군의 밀양 박씨 여성 후손은 여성 종친회를 결성하는 등 문중 여성의 지위에 관한 권리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 후손의 권리가 종중 재산 등에서도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