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두 주역 마해영(32)과 이승엽(26)이 손을 맞잡은 17일 새벽의 남산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연일 계속된 우승행사로 초겨울 신새벽 길을 나선 두 스타의 얼굴에는 잠이 뚝뚝 묻어나왔지만 산길에서도 축하인사와 사인공세가 이어지자 얼굴은 이내 환해졌다.이승엽과 마해영이 누군가. 경북고 시절부터 야구 엘리트로, 프로에서는 최연소 최우수선수(MVP), 최초의 홈런왕 4회로 국민타자의 칭호를 받은 이승엽. 고려대 시절부터 국가대표 중심타자로, 프로에서는 소총군단 롯데에 오랜만에 등장한 홈런타자로 주가를 높였던 마해영.
지난 해 마해영의 합류로 삼성은 대표적인 좌우 3, 4번 타자를 구성했지만 예상 밖의 한국시리즈 참패로 두 선수 모두 쓰디 쓴 좌절감을 맛보았다.
덕아웃에서 몸싸움까지 벌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와 제프 켄트처럼 팀내 최고 스타인 3,4번 타자 사이는 소원하기 십상인데 둘은 서로를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마해영이 "승엽이만큼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선수는 없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겁니다"라고 후배 칭찬에 바쁘자"해영이 형은 경험이 많아서 기복이 없어요. 대타자지만 슬럼프 때마다 엄청난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 느끼는 점이 많아요"라고 이승엽이 화답한다. 운명의 한국시리즈 6차전.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에게 9회말 기회가 오자 마해영은 "승엽이도 이제 나올 때가 됐다"고 믿었고 이승엽은 "형한테만 기회가 이어져라"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첫 우승으로 야구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승엽과 마해영이 함께 뛰는 모습은 그러나 내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승엽이 내년 시즌 후 해외진출을 공언했기 때문. 우승 목표를 향해 함께 뛰겠지만 3, 4번 자리에서 나란히 홈런왕을 노리는 선의의 경쟁은 내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경기가 끝났을 때는 이겼다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는데 일 주일 동안 축하 받으니 이제야 우승이 실감나네요" 라는 이승엽과, "우승의 기쁨을 새삼 느꼈는데 앞으로 해마다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입김을 호호 부는 마해영에게 이날 함박눈은 밝은 미래를 축복하는 것 같았다.
한편 거북이마라톤에는 삼성의 김한수 선수, 현대의 정재호 단장과 이숭용 박종호 선수, 두산의 곽홍규단장 손상대 2군감독 송재박 김경문 코치와 심재학 박명환 이상훈 선수, 이상국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김찬익 프로야구 심판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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